김현미 '전세난' 사과했는데…해명자료엔 "코로나·저금리 탓"

입력 2020-10-20 08:15   수정 2020-10-2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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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매물 품귀와 전셋값 급등이 심각한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전세난의 원인은 '저금리 때문'이라며 7장에 달하는 해명자료를 내놨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16일 국정감사장에서 전세난에 "송구하다"며 시장 불안을 사과했지만, 정작 해명자료에는 전세시장이 불안한 상황이 아니며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저금리로 인해 벌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19일 '정부는 임대차 3법 조기 정착과 전세가격 안정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습니다'는 제목의 해명자료를 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임대차 3법 도입으로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 가속화, 임대인-임차인간 분쟁 증가, 전세가격 상승 및 전세거래 급감 등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한 설명자료였다.

국토부는 ①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전세→월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②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인한 분쟁 상담은 감소하는 추세이고 ③ 전세 거래량은 예년 대비 감소하지 않았으며 ④ 최근 전월세가격 동향 및 금리와 전세가격의 관계가 더 밀접하고 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다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국감에서 "전세시장 불안 계속되고 있다" 언급했는데…
전세난이 '저금리' 때문이라는 국토부의 해명은 김현미 장관이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한지 3일 만에 이뤄졌다.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 장관은 전세난과 집값 상승에 대한 입장을 묻는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국민께서 걱정하시는 점이 많으신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최근 매매 시장은 안정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전세 시장 불안은 계속되고 있는데 이런 문제들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난민’ 대열에 합류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례에 대해서는 "새 (전세)집을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조언도 했다. 개정 임대차보호법 시행 후 세살던 집에선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며 전세를 빼달라고 하고, 보유한 집은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로 팔지 못하게 된 홍남기 부총리의 상황의 예에 답한 것이다. 김 장관은 "기본적으로 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을 위한 법이고, 세입자가 단순 변심으로 계약권 청구할 수 없단 걸 여러 번 설명드렸다"며 "여러 상황에 각자가 적응하면서 사례들이 정리돼 갈 것이라고 보고 정부가 지침을 분명히 해서 갈등을 해소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러한 김 장관의 언급이 나온지 3일 만에 국토부는 임대차 3법 시행과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 추세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임대차 3법의 시행으로 오히려 현존 계약의 갱신 시에는 임차인의 동의 없이 임대인의 일방적 의사만으로 월세로 전환할 수 없다"며 "설령 갱신 시 전세 → 월세 전환이 이루어지더라도 법정전환율 2.5%가 적용되고, 보증금 및 월세 증액도 5% 이내로 제한된다"며 집주인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유인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지속적인 금리 하락으로 전세 임대인의 실질수익률이 낮아지고 있다"며 "월세로의 전환 유인이 있으나 임대차 3법 시행 전후 전세-월세 비중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다"고 전했다. 다시말해 월세전환은 임대차법이 아니라 저금리 때문이라는 얘기다.
"임대차법 이후 분쟁상담 감소…잘목된 통계 인용"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인한 분쟁 상담은 되레 감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분쟁 관련 민원 상담 건수가 제도 도입 초기에 비해 크게 감소하는 추세라며 9월 셋째주에는 494건에 달했던 분쟁사례가 10월 셋째주에는 122건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새로운 제도와 관행이 정착되어 감에 따라 이러한 민원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새로운 거래 관행이 정착되기 전까지 일부 과도기적 혼선과 불편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해외사례를 들어 임대차법 시행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독일, 프랑스, 미국 뉴욕, 일본 등에서 기한 없는 임대차계약 또는 계약갱신요구권 운영되고 있는 예를 든 것이다. 국토부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약 42%에 달하는 임차 가구의 주거안정을 위해 임대차 3법 도입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주요 선진국에서도 계약갱신요구권은 보편화되어 있는 제도"라고 전했다. 임차인은 집주인 요구시 2년마다 이사를 가야하는 주거불안감 속에 거주해왔다는 점과 임대차 기간과 3년 단위인 중·고등학교 학제와도 맞지 않아 큰 불편을 겪어 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9월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량(5262건)은 7월(1만2090건) 대비 57% 감소했고, 지난해 9월(9300건)의 절반 수준이라는 보도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잘못된 통계 인용으로 시장 불안심리 가중은 서민 주거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거래량 감소 근거로 제시한 ‘서울시 부동산광장’의 9월 전월세 거래량은 확정일자를 통해 신고된 계약건수를 현재까지 집계한 자료일 뿐, 최종 확정 수치가 아니다"라며 "9월 계약은 11월에 확정일자 신고를 거쳐 12월세 최종확정된다"며 신중한 보도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국토부는 8월 서울시 전월세거래량(신고기준)은 5만4000건으로 전년동월(5만10000만건) 대비 6.8% 증가하는 등 전세거래량이 줄어든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최근 5년간 전월세가격은 풍부한 입주물량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 왔지만, 올해는 코로나19와 저금리가 시장의 불안 요소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올해들어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한국은행이 불가피하게 기준 금리를 인하했다"며 "이는 전세가격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리가 내려가면 임차인 입장에서는 전세 보증금 실부담이 줄어 선호지역 및 아파트에 대한 전세 수요가 증가한다는 것. 집주인 관점에서는 실수익이 감소하여 보증금 증액 유인이 발생하게 된다는 얘기다.
저금리로 전세 임차인들이 상급지 이동하면서 '전셋난' 발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3월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0.50%포인트 낮추는 '빅컷'을 단행했다. 이어 5월에도 금리를 추가(0.25%포인트)로 인하했다. 이후 7월과 8월 두 차례 열린 금통위에 이어 이달까지 3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이 지속되고 있다.

국토부는 대출금리가 4%→2%로 하락하는 경우의 예를 들면서 설명했다. 이 경우 월세 임차인의 실부담 변동은 없지만, 전세 임차인은 월부담이 50만원으로 감소한다는 것. 전세 임차인은 기존 월 부담액(100만원)으로 6억원의 전세대출 이자를 부담할 수 있다보니 상급지나 상급주거유형으로 이동한다는 논리다. 다시 말해 저금리로 대출 부담이 줄어 전셋값이 놓은 곳으로 이동하게 되고, 이는 전셋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해외 사례를 근거로 임대차 3법 도입에 따라 공급이 위축될 것이라는 주장도 부인했다.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국가 주도 대규모 공공택지 개발과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신규 공급 및 신규 주택수요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일부 자극적인 사례 또는 검증되지 않은 (임대차 3법으로 인한)공급위축론으로 불안 심리를 부추기는 것은 전세시장 불안심리를 가중시키는 등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전세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8·4 공급대책 후속조치의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며 글을 맺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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