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비상장사의 복수의결권과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이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밀어붙이면서 경제 활성화 정책에는 무관심하다는 지적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선진국보다 못한 수준의 제도를 도입하면서 ‘생색’을 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미국과 영국 등 창업과 벤처 투자가 활발한 국가에서는 복수의결권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며 “복수의결권 주식을 상속·양도하면 보통주로 전환하는 등 부작용 방지를 위한 보완장치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CVC와 관련해서는 “벤처 투자를 확대하고 벤처기업과 대기업의 동반 성장을 촉진하는 방안”이라며 “벤처기업은 성장 투자금과 기술·경영 노하우를 제공받고, 대기업은 벤처의 혁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협력관계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방안을 보면 선진국에서 운용하고 있는 제도에 한참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벤처기업육성법 개정안은 회사 상장 후 3년 동안만 복수의결권을 인정하도록 했다. 반면 미국, 중국 등에서는 상장 여부에 따른 제한 조항을 두지 않고 있다. CVC 역시 당초 예상보다 제한적인 허용안이 마련됐다. 일반 지주회사가 지분을 100% 보유한 완전 자회사 형태로 CVC 설립이 가능하고, CVC 업무 범위와 외부 자금 조달 비율, 투자처 등도 제한된다. 해외에서는 CVC 설립과 펀드 조성 방식에 규제가 없다.
이런 가운데 기업규제 3법의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꼽히는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3% 의결권 제한(3%룰)’을 두고도 여당 내부에서 ‘원안 고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3%룰을 유지하면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다만 3%룰은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없는 데다 기술 유출 등에 대한 재계 우려가 반영돼 수정될 여지는 남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추 의원은 이를 위해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 도입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추 의원의 개정안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정부가 제출한 상법 개정안과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