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실적이 매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벤처투자액은 사상 처음으로 4조원을 넘었다. 이처럼 투자금이 넘쳐나고 있지만 제조기술 기반 스타트업은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지원도 마찬가지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부터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뽑은 예비유니콘 42개사 가운데 플랫폼 기반 스타트업이 절반(20개사·47.6%)가량을 차지했다. ICT 전자상거래 핀테크 등 플랫폼 사업과 연관성이 많은 업종 스타트업까지 합하면 27개사(64.2%)에 달한다. 이에 비해 제조업 관련 스타트업은 11개사(26.1%)에 머물렀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 전문 액셀러레이터인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이용관 대표는 “제조업이 주력산업인 한국에서 제조업 기반 스타트업이 고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조 기반 스타트업은 온라인 기반 스타트업보다 3배 이상의 초기 자본이 소요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제품이 시장에서 매출을 내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상대적으로 길다. VC 등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다.
자기 보유 공장이 없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생산 면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수량이 많지 않은 탓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해줄 공장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기존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대형사 가운데 첨단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해 시너지를 내려는 기업이 나오고 있다. 일진그룹은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 가능한 스타트업을 육성하기로 했다. 전담 액셀러레이터와 손잡고 예비창업자 및 스타트업을 발굴해 초기 자금 투자부터 보육, 후속 투자, 수요처 연계 등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공공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하드웨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이후 민간 투자로 연결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한 벤처업계 대표는 “정부 모태펀드 등에 하드웨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쿼터를 2~3%가량 두자는 의견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고 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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