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이달 중 완전 자율주행을 공언한 터다. 열광하는 테슬라 팬과 투자자들 귀에 안전성에 대한 관련 업계의 우려는 들어오지 않는 분위기다. 이 와중에 정 회장이 안전을 얘기한 것은 구닥다리 같은 느낌도 준다.
하지만 안전은 자율주행, 차량공유 등을 포괄하는 모빌리티(이동) 사업이 갖춰야 할 가장 본질적 요소다. 테슬라, 우버같이 차를 첨단 정보기술(IT)이 집약된 플랫폼으로 여기는 기업들이 경시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고무적인 점은 정 회장 같이 추구하는 지향점을 단단히 쌓고, 여기에 집중하려는 젊은 오너 3·4세와 창업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봐, 해봤어?”라며 성취에 온 힘을 쏟은 할아버지, ‘품질경영’과 같이 어떻게(how) 기업을 키울지에 대한 의지는 확고했지만 어떤 기업(what)을 만들지에 대해선 막연했던 아버지 세대와 확연히 달라진 부분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바는 깊은 궁리 끝에 도출됐어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10~20년 뒤에도 결코 변하지 않을 아이디어들’을 쉬운 언어로 표현한다. “나아갈 방향을 수도 없이 고민했지만, 결국 그 답은 고객이었다. 우리의 가치는 ‘고객의 삶을 바꾸는 감동’을, 남보다 앞서,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구광모 LG그룹 회장) “더 깐깐하게 좋은 상품을 발굴하고, 좋은 가격에 파는 게 온라인 쇼핑의 본질이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쌓는 데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김슬아 컬리 대표)
그러나 이들은 미증유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세계 1등 상품을 만들어내고, 기록적 이익과 고용을 창출해 휘청거리는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다. ‘금수저 물고 태어나 경영능력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게 괜한 우려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4050이 주류인 오너 3·4세들은 경영권 승계에 대한 사회의 따가운 시선과 아버지라는 존재를 의식해 몸을 사리는 게 현실이다. 나이 어린 창업 기업인들도 뿌리 깊은 장유유서(長幼有序), 사농공상(士農工商) 문화에 갇혀 어느 자리에서건 눈칫밥 먹기 일쑤다.
지금은 이들이 세계무대에서 마음껏 활약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줄 때다. 기술혁명 시대에 젊은 세대의 기를 살리기는커녕 ‘기업규제 3법’ 같은 갖은 ‘족쇄’로 묶어버리는 건 남보다 앞서 미래로 뛰는 것을 포기한 자해행위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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