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하다 도장 찍으러 출근하는 日…'아날로그 탈출' 몸부림

입력 2020-10-20 18:06   수정 2020-10-21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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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다로 일본 행정개혁장관은 최근 각료회의에서 “도장을 당장이라도 없애고 싶다”고 한탄했다. 도장을 찍는 행정문화 탓에 일의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달 출범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내각은 디지털청 설립을 최우선 개혁과제로 삼을 만큼 디지털 전환을 위해 유례없는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내각관방(종합전략), 총무성(지방자치단체 디지털화), 경제산업성(민간 디지털화), 후생노동성(온라인 진료), 문부과학성(원격교육), 경찰청(운전면허증) 등으로 분산된 디지털 정책을 총괄하는 디지털청을 내년 가을까지 설립한다는 목표다.

디지털 후진국 일본이 디지털화에 안간힘을 쏟는 것은 코로나19에 호되게 당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팩스로 정보를 교환하는 행정기관 탓에 감염 상황 파악과 분석, 신속한 대응이 어려웠다. 중앙정부와 지방·보건소·병원의 협력이 어려웠던 것도 디지털화 지연이 문제였다. 특히 감염 방지를 위해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도장 때문에 회사로 출근해야 할 때가 있었다. 고구레 겐타로 교린대 정치학과 교수는 요미우리신문에 “국민의 편리성에 직결되는 행정서비스 제공이 늦어져 상위의 덴마크, 한국 등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는 근본 배경은 주요 7개국(G7) 가운데 꼴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21위에 불과한 낮은 생산성을 극복할 유일한 활로이기 때문이다. 1980년 연 4%를 웃돌던 일본의 잠재성장률은 거품이 꺼지면서 추락했다. 2005년 1% 선이 깨진 이래 0%대 성장률이 이어지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노동인구가 감소해 국내시장이 위축되자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줄였고, 그 결과 정보기술(IT) 활용도가 떨어지면서 가뜩이나 낮은 생산성이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진 탓이다. 다키자와 미호 가쿠슈인대학 교수는 “일본의 생산성은 거의 모든 산업에서 미국에 뒤처진다”며 “제조업은 미국의 69.8%로 그나마 나은 편이고 서비스업은 48.7%로 절반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스가 정권이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착수한 정책이 디지털화를 통한 중소기업 재편이다. 일본의 중소기업은 358만 개로 전체 기업의 99.7%에 달한다. 중소기업의 종업원 1인당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절반에 그친다. 도소매, 음식료, 숙박 등 4대 서비스업종에서 미국과의 격차를 4분의 1만 줄여도 일본 경제의 전체 생산성을 8.3%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디지털화와 중소기업 재편은 코로나19 이후 노출된 일본 경제의 취약성과 ‘K자형 회복’의 문제점을 동시에 개선할 해결책으로 분석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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