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11월 3일)이 종반전에 접어든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치적으로 내세웠던 경제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잃고 있다. ‘트럼프노믹스(트럼프 경제정책)’를 불신하는 유권자가 신뢰하는 유권자를 처음으로 추월했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왔다. 안 그래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밀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재선가도가 더 험난해졌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되기 전인 3월만 해도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유권자들의 긍정 평가는 51%에 달해 부정 평가보다 11%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경기가 급락하면서 격차가 줄었고 급기야 역전됐다.
‘4년 전보다 살림살이가 좋아졌다’고 답한 유권자도 32%에 그쳐 FT와 피터슨재단이 1년 전 관련 여론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4년 전보다 살림살이가 나빠졌다’가 32%, ‘살림살이가 달라진 게 없다’가 36%였다. FT는 “미 유권자들이 트럼프 경제정책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가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10월 15~18일)에서도 ‘누가 더 경제를 잘 운영할까’라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48%, 바이든이 47%로 엇비슷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코로나19 대응과 인종 차별 항의시위 대처를 비롯해 거의 모든 분야에서 바이든에게 뒤졌지만 경제만큼은 바이든을 앞섰다. 코로나19 이전 50년간 최저 실업률(지난 2월 3.35%)과 3%에 육박하는 성장세를 이루면서 경제 분야에서만큼은 공화당 지지층뿐 아니라 무당파,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는 유권자가 많았다. 이런 우위가 사라진 것이다.
경기가 코로나19 충격으로 급강하한 뒤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11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유권자들의 부정 평가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실직 충격이 저학력·저소득층에 집중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저학력·저소득 백인 유권자의 이탈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6개 경합주 중 가장 많은 선거인단이 걸린 플로리다주에선 바이든 48.6%, 트럼프 47.0%로 1.6%포인트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지난 12~17일 시행한 노스캐롤라이나주 여론조사도 바이든 49%, 트럼프 48%로 차이가 1%포인트에 그쳤다.
로이터통신의 펜실베이니아주 여론조사(10월 13~19일)에선 바이든 49%, 트럼프 45%로 4%포인트 차이가 났지만 1주일 전의 7%포인트보다는 폭이 줄었다.
전국 여론조사에선 바이든이 트럼프 대통령을 10%포인트 안팎 앞선다는 조사가 많다. 하지만 미국은 주별 승자가 각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독식하기 때문에 경합주 승패가 당락을 좌우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역전승을 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바이든 후보의 아들 헌터와 관련한 의혹을 조사해 대선 전에 결과를 내놔야 한다며 바이든을 겨냥한 ‘네거티브’ 공세를 폈다. 최근 보수성향 매체 뉴욕포스트는 컴퓨터 수리점에서 발견된 노트북 속 이메일을 근거로 헌터가 우크라이나 가스회사 부리스마홀딩스 임원과 바이든의 면담을 주선했다고 보도했다. 헌터는 2015년 부리스마 임원으로 일했는데, 부리스마가 당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을 만날 수 있도록 헌터가 다리를 놨고 이를 통해 부리스마가 바이든에게 ‘부적절한 로비’를 했을 것이란 의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보도가 나온 뒤 바이든 일가를 “조직적인 범죄 가족”이라고 공격한 데 이어 이날도 “중대 부패”라며 날을 세웠다. 바이든 측은 당시 부리스마 측과 만난 일정 자체가 없다며 해당 보도를 부인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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