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한국은행 본관 머릿돌, 이토 히로부미 친필 맞다"

입력 2020-10-21 13:57   수정 2020-10-21 14:04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사적 제280호) 정초석(머릿돌)의 '定礎(정초)' 글씨가 이토 히로부미가 쓴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자문단을 구성해 지난 20일 현지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12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이토 히로부미 친필로 머릿돌이 만들어졌다는 내용이 담긴 간행물을 제시, 국민적 관심이 커지자 진행됐고 3명의 서체 관련 전문가가 참여했다.

당시 전용기 의원은 조선은행이 1918년 발간한 영문잡지 '조선과 만주의 경제 개요'(Economic outlines of Chosen and Manchuria)를 제시하면서 "현재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UC 버클리) 도서관이 소장 중인 이 책 6쪽에는 '이 건물의 정초석은 이토 공작의 친필로 만들어졌다'는 설명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조사 결과 머릿돌에 새겨진 '定礎' 글자는 이토가 먹으로 쓴 글씨와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비스듬하게 내려쓴 획 등을 볼 때 이토 글씨의 특징을 갖고 있어 그의 글씨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글씨 새기는 과정에서 획 사이가 떨어져 있어야 하는 부분이 붙어 있고, 붓 지나간 자리의 서체를 살리지 못한 점 등 정교함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됐다.

이번 현지조사는 '일본 하마마츠시 시립중앙도서관 누리집'에 있는 이토 붓글씨와 '조선과 만주의 경제 개요'에 게재된 당시 머릿돌 사진 등 관련 자료를 참고해 진행됐다.

문화재청은 이번 고증 결과를 서울시(중구청)와 한국은행에 통보할 예정이다.

이후 한국은행이 안내판 설치나 '정초' 글 삭제 등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하면 문화재청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관리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은행 본관은 1907년 착공해 1909년 정초 후 1912년 조선은행 본점으로 준공된 건축물로, 광복 후인 1950년 한국은행 본관이 됐다. 1987년 한국은행 신관이 건립되면서 현재 화폐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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