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범위·기소권 등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이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통해 국회에서 통과시킨 공수처를 원안 그대로 출범시키기 위해 밀어붙이고 있다.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측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21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오는 27일부터 출범을 위한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금의 공수처 모습 그대로 출범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며 자체적인 ‘야당 버전 공수처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맞불을 놓았다.
여당은 과거 고위공직자의 직무범죄가 만연했던 만큼 이를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이 크고, 자연스레 이런 역할을 할 공수처에 광범위한 권한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 실형을 살고 있는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들의 위법은 대부분 여기에 해당된다”며 “공수처 같은 기관이 있었다면 과거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야당의 공수처안에는 수사 대상에서 직무상 위법이 빠져 있다. 국민의힘은 공수처가 개인적 부패 범죄를 넘어 직무상 위법까지 수사하는 경우 권력자의 ‘사찰기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의적 법적용의 여지가 있는 직무상 위법 문제를 대통령과 가까운 공수처가 다룰 경우 반정권 인사에겐 엄격한 법적용을, 친정권 인사에겐 너그러운 법적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당은 이 점에서 공수처가 ‘말 잘 듣는 고위공직자’를 양성하는 도구로 쓰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백 의원은 이날 “이전 협상 과정에서 일부 양보해 판사,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만 기소권을 갖는 것으로 조정했다”며 “검찰이 모든 권한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공수처에 기소권을 주지 않는다는 건 검찰 견제장치로서 공수처 기능을 상실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이 수사하는 사건을 강제로 가져와 대신 수사할 수 있는 ‘강제이첩권’도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다. 여당은 검찰이 정치적 목적으로 덮으려는 사건을 공수처가 강제로 이첩해 수사할 수 있게 되면 현재 비대화된 검찰 권력을 견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공수처가 기소권, 강제이첩권 등을 갖는 건 외국 사례에도 없을뿐더러 헌법에도 반하는 기형적 구조라는 주장이다.
야당은 ‘강제이첩권’은 더욱 심각하게 보고 있다. 권력자를 위한 ‘사찰기구화’의 핵심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국민의힘 법사위 관계자는 “검찰이 타깃으로 하고 있는 친정부 인사에 대한 수사를 강제로 가져와서 사건을 묻는 것도 가능하고 그 반대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소권과 강제이첩권 문제에서 여당은 시선이 ‘검찰’에 가 있는 반면 야당은 ‘정권’을 보고 있는 셈이다.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해 법원에 다시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재정신청권’에서도 차이가 있다. 여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재정신청권을 갖고 있어 이미 기관 간 재정신청권이 인정된다”고 하지만 야당은 “주요 선진국에서 찾기 어려운 기형적인 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