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과 구미 등 국내 산업 1세대 도시들의 쇠퇴, 즉 ‘한국판 러스트벨트’화를 막기 위해서는 중견·중소기업을 ‘50년 된 스타트업’처럼 스케일업(잠재력을 키운 고성장)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1일 경주에서 열린 ‘경북형 신산업스케일업 콘퍼런스2020’에서 전창록 경북경제진흥원장은 “GE를 124년 된 스타트업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중소기업도 인식의 벽을 깨고 스타트업처럼 빠르고 유연하게 성장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경창 포항시 부시장은 “포항 구미 등 산업 1세대 도시들의 쇠락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한국판 러스트벨트화를 막기 위해서는 이들 도시의 30년 이상 된 중소·중견기업을 스케일업해 새로운 산업을 창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항은 2차전지 소재와 바이오 미래 신산업을 키우고 있다. 포항시의 변화는 2017년 에코프로라는 중견기업의 투자 유치와 스케일업에서 시작됐다. 포항시는 지난해 경상북도의 지원을 받아 배터리리사이클링규제자유특구로 선정됐다. 이후 2차전지 소재 관련 기업인 에코프로비엠 포스코케미칼 GS건설 등 10곳에서 1조4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장상길 경상북도 과학산업국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유망 산업은 없고, 유망 기업이 있을 뿐”이라며 “산업정책보다는 과감한 기업 지원정책, 특히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도 축적된 기술력으로 신제품을 만들어 고성장하는 스케일업 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국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술 간 융합이 다양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어느 한 산업 분야에서만 혁신이 있을 수 없다”며 “고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들이 융합을 통해 새롭게 설계한 융합 신제품을 다양하게 내놔야 한다”고 했다.
지난 6월 초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 유턴(리쇼어링) 지원 방안을 발표한 이후 1호 리쇼어링 기업으로 주목받은 구미의 아주스틸은 거듭된 변신을 통해 고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1995년 설립된 아주스틸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냉장고 등 가전제품 내외장재로 쓰이는 강판을 공급하다 2018년 건축 내외장재, 올해는 자동차 부품기업으로 변신하면서 구미의 대표적 스케일업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영세 아주스틸 상무는 이날 “10년 전 스타트업을 인수합병(M&A)한 뒤 건축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올해는 20년 이상 축적한 기술로 자동차 부품을 개발해 이달 초 독일 자동차기업에 처음 수출했다”고 했다. 아주스틸이 개발한 고신뢰성 MCCL 대체재질은 수십 개의 LED(발광다이오드) 광원이 주행 조건에 맞춰 빛의 방향과 밝기를 조절하는 메트릭스 LED의 핵심 부품이다. 아주스틸의 매출은 연이은 스케일업 성공으로 2017년 3776억원에서 2018년 4572억원, 지난해 5067억원, 올해 5400억원(목표)으로 매년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김세환 구미시 부시장은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도 지역의 기술력 있는 중견·중소기업에서 희망의 싹이 움트고 있다”며 “축적된 기술력을 갖춘 구미 중견기업 30곳과 융합얼라이언스를 구축해 7대 신전자산업 부문에서 120여 개의 스케일업 강소기업을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대기업 중견기업 할 것 없이 미래 신산업에 진출하기 위한 선도적인 투자는 리스크가 크다”며 “경북은 이런 기업의 초기 리스크를 줄여주기 위한 연구·생산·시험 검사장비를 갖춘 오픈이노베이션센터와 인프라 투자에 사활을 걸겠다”고 했다.
경주=오경묵/김태현/박종관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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