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블라인드 채용 부적절하다"는 과학기술계의 현장 목소리

입력 2020-10-21 17:43   수정 2020-10-22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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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이 조명희 의원과 함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25개 정부 출연 연구기관 연구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10명 중 7명이 “블라인드 채용에 문제가 있다”고 답해 주목된다. 응답자의 73.7%가 “과학기술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84.8%는 “연구능력 판단을 위한 요소(출신학교 및 연구실)까지 비공개하는 것은 완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라인드 채용은 문재인 대통령 선거 공약 중 하나로 2017년 7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소위 ‘부모찬스’나 지연·학연의 영향을 방지하기 위해 이력서에 학력, 출신지 등 차별 요소를 기재하는 것을 금지했다. 하지만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과학기술 연구직 선발에까지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바람에 국가 연구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과 대학들이 한 명의 탁월한 연구자를 뽑기 위해 출신학교, 연구성과 등을 보고 거액 스카우트전까지 불사하는 게 현실이다. 반도체, 배터리 등 신산업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려면 과학기술 연구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인데도 우리나라에선 반대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니, 연구원들 입장에선 여간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지원자 정보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연구원을 뽑는 바람에 작년 말엔 국가보안시설인 한국원자력연구원에 한국어가 능숙한 중국인이 최종 합격자에 포함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불합격 처리되기는 했지만, 세계적으로 중국인 유학생·연구원들의 기술탈취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있어선 안 될 일이 블라인드 채용의 부작용으로 일어난 셈이다.

과학기술 출연연(硏)들은 공공기관이란 이유로 블라인드 채용뿐 아니라 주 52시간 근무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같은 ‘갈라파고스 규제’를 모두 적용받고 있다. 그 폐해가 커 출연연을 총괄하는 국가과학기술회가 나서 연구직은 예외를 인정토록 정부에 요청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정부는 연구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창의적 인재가 몰리고 자유로운 연구가 넘쳐야 할 과학기술계까지 획일적 규제와 깜깜이 채용으로 옭아매는 것은 나라의 미래를 좀먹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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