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감사원 법원…권력견제·감시 장치 다 고장났다

입력 2020-10-21 17:43   수정 2020-10-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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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감사 결과 “언제 폐쇄하느냐”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경제성이 조작돼 월성 원전 1호기가 조기 폐쇄됐다는 사실은 현 정부의 국정운영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장감사 바로 전날 밤 관련 파일 444개를 파기하며 조직적으로 은폐한 공복(公僕)들의 낯 뜨거운 행각도 드러났다. 국가 에너지정책 결정이 조작과 은폐로 얼룩졌다니, 어이없는 일이다.

위법행위가 확인됐는데도 감사원 징계가 솜방망이에 그친 것은 실망을 넘어 좌절감을 안긴다. 감사원은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과 ‘한국수력원자력 이사들의 배임’ 여부를 가려달라는 국회 요청에 ‘판단 불가이며, 배임도 아니다’는 허망한 결론을 내렸다. 국가와 국민에 끼친 손실이 2조원을 넘는다는 평가가 나오는 마당에 이해하기 힘든 정치적 봉합으로 비친다.

무성한 뒷말 끝에 나온 이번 감사결과는 삼권분립,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공화국의 기본이 유지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 정도의 감사조차 친여 성향 감사위원들에게 포위된 최재형 감사원장의 고군분투 결과라고 한다. 헌법기구인 감사원의 초라한 현주소를 알 만하다.

고장난 권력견제·감시 기구가 감사원만이 아니라는 점이 우려를 증폭시킨다. 권력 일탈을 바로잡아야 할 핵심기구인 검찰은 조국·추미애표 개혁 아닌 개혁을 거치며 “애완견 검사만 넘친다”고 할 만큼 망가졌다. 진위조차 불분명한 사기꾼의 편지 한 통에 검찰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하고, 그래도 불안한지 ‘대검을 저격하라’는 무시무시한 메시지를 발신하는 법무장관 앞에 바싹 엎드린 모습이다. 그 결과 검찰의 칼날은 베어도 베어지지 않는 장난감 칼이 된 듯하다. ‘펀드게이트’의 악취가 진동해도 수사는 지지부진하고, 쏟아지는 권력형 비리 중 어느 것 하나 속시원히 밝혀진 게 없다.

권력 폭주를 막을 최후의 보루여야 할 법원도 이상기류를 보인 지 오래다. 출범 3년을 막 지난 김명수호(號) 대법원은 대법관 14명 중 11명이 현 정부에서 교체된 뒤로 ‘여론 판결’ ‘코드 판결’을 쏟아내고 있다. 피고의 정치성향에 따라 판결을 예상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급심을 정반대로 뒤집은 전교조 법외노조, 이재명 경기지사 선거법 위반 사건 등만 봐도 동의하기 힘든 논리의 전도가 차고 넘친다.

헌법에 독립성과 중립성이 보장된 기구들이 정치의 종속변수로 전락하는데도 국회는 무력하기만 하다. 거대 여당은 행정부 견제가 목적인 국정감사조차 ‘국정감싸기’로 일관하고 있다. 정권의 국정 폭주를 앞장서 막아야 할 야당의 지리멸렬은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다. 팩트와 논리로 싸우는 일에는 한없이 게으르면서 여당보다 한술 더 뜨는 포퓰리즘 정책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견제받지 않은 권력은 독재로 치닫는다는 동서고금의 진리가 한국에서 현실이 되는 듯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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