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노 한화생명 팀장은 “AI를 통한 보험금 지급 심사 비중을 50%까지 높일 계획”이라며 “향후 5년간 100억원 이상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시대가 국내 금융권에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신용평가, 대출 심사, 보험 인수, 자산운용 등 데이터 활용이 활발한 분야인 만큼 AI의 파급력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금융회사들은 2016년 ‘알파고 쇼크’를 계기로 AI 관련 투자를 크게 늘렸다. 단순 반복 업무는 사람의 손을 떠나 AI로 넘기는 것이 대세가 됐다.
국민은행은 183개 업무에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를 도입해 연간 125만 시간을 아꼈다. 카카오뱅크는 전체 고객상담의 39%를 AI 챗봇(채팅 로봇)이 처리한다. 기업은행은 AI로 부동산 담보대출을 심사해 3분 안에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시스템을 지난달 선보였다.
금융권의 AI 격전지로 떠오른 분야는 AI 기반의 자산관리 서비스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9월 업계 최초의 AI 투자자문 계열사인 신한AI를 세웠다. AI 알고리즘으로 돈을 굴리는 펀드에 이어 증시 급락 가능성을 일기예보처럼 예측하는 ‘마켓 워닝 시스템’도 선보였다. KB금융은 이달 초 엔씨소프트,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과 AI 기반의 간편투자 전문 증권사를 설립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자산운용 업무 전반에 AI 기술을 활용하면 수익은 5~30% 늘리고 비용은 10~30%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금융권의 AI 경쟁력은 미국, 중국 등과 비교하면 ‘걸음마 단계’라는 평가를 받는 게 사실이다. 금융사들은 AI 전문인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급 인재’일수록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외 정보기술(IT) 기업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경쟁력은 인재 확보에 달려 있다”며 “금융권 특유의 보수적인 조직문화와 인사정책이 파격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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