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구원은 그러나 이 같은 데이터의 신뢰도가 크게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과거 매설된 지하시설물 정보를 담은 종이 문서를 전산화하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 데이터가 누락됐고 새롭게 매설되는 지하시설물 정보는 실시간으로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통신설비 등을 매설한 민간 기업이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업들이 보안상의 이유로 데이터 제공을 꺼려 전체 지하시설물의 정확한 위치 정보와 현황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사고가 터졌을 때 발 빠른 대처도 어렵다. 2018년 발생한 KT 서울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사고가 대표적 예다. 당시 휴대폰은 먹통이 됐고, 인근 상권의 결제 단말기도 작동을 멈췄다. 통신구 관리를 맡은 KT와 통신 관련 주관 중앙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화재 발생 지역을 책임지는 서울시 등의 역할이 혼재되고, 협조도 미흡해 진화가 늦었다.
전문가들은 20년 전 서울 공덕동 도시가스 폭발과 같은 사고가 얼마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가 아직까지 제대로 된 ‘지하시설물 지도’를 그려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7년 공덕동에서 가스안전 점검원이 땅속에 매설된 도시가스관의 위치를 지도에 잘못 표시한 바람에 지하철 공사를 하던 굴착기가 가스관을 깨뜨리면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윤원섭 창신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여러 지하시설물마다 적용받는 법과 관리 주체가 다르다 보니 통합 관리가 사실상 어렵다”며 “서울시는 지하시설물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하고 빨리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