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수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지금"

입력 2020-10-28 09:00   수정 2020-10-28 09:03



MBC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이하 '내가예')의 본래 제목은 '형수'였다. 말 그대로 형의 아내를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라는 것. 지수가 연기한 서환은 첫 눈에 반한 여자 오예지(임수향)가 형 서진(하석진)과 결혼하면서 8년의 짝사랑을 이어 온다는 설정의 캐릭터다.

설정만 놓고 보면 '막장'이지만, '내가 가장 예뻤을 땐'엔 그 흔한 키스신 한 번 등장하지 않는다. 오예지와 서환의 손끝이 스치는 것이 이들이 보여준 최대 스킨십이었다. 시청자들이 오히려 안달복달했을 정도로 절제되고 이성적인 로맨스였다.

지수는 "저 역시 촬영할 때 '그냥 키스하는 게 어떻겠냐'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면서도 "아무래도 많은 분들이 함께 시청하는 시간대고, 그렇기에 환과 예지의 사랑이 마지막까지 응원받으며 아름답게 마무리 된 게 아니겠냐"고 전했다.
"너무 힘들었어요."

지수는 지난 5개월의 촬영과 방송을 마친 소감으로 "후련하다"면서 입을 열었다. "촬영하면서 힘든 부분이 많았다"며 "코로나19과 태풍도 있었고, 감정적으로도 너무 힘들었다"는 것. "힘든 산을 하나 넘은 것 같은 후련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가예' 선택을 후회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본을 4부까지 보고 들어갔는데, '내가 어리다는 거,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거'라거나 '내가 아직 어리니 기다려 줄 수 있냐'는 대사들이 저에게 와 닿았어요. 사랑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볼 만한 감정이잖아요."

올해로 27살, 10살 어린 고등학생 환부터 현재까지 연기해야 한다는 점도 적지 않은 부담이었을 터. 지수는 몸도 키우고, 서환의 감정에 공감하며 성인 연기를 선보였다고.

"시각적인 부분도 중요했지만, 그보다 내면에 집중했어요. 순수했던 소년에서 단단한 마음을 갖게 된 성인이 돼야 대사와 행동에서 그에 걸맞는 모습이 나올 거라는 얘길 감독님이 많이 해주셨어요. 여담으로 세월이 흐른 걸 표현하기 위해 '수염을 길러볼까' 했는데, 현장에 여성 스태프들이 강하게 반대하셨어요. 여자들은 수염 기른 남자들을 '극혐'한다고요.(웃음)"
"8년의 짝사랑? 저라면 못하죠."

서환은 8년 동안이나 지고지순한 짝사랑을 이어온다. 하지만 상대방이 불편할까 봐 쉽사리 다가서지도 못하고 키다리 아저씨처럼 지켜볼 뿐이다. 오예지가 형 서진(하석진)과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했다면 마음을 접었을 테지만 그러지 못해 서환의 괴로운 사랑은 계속됐다.

"전 서환과 서진을 반반씩 닮은 거 같아요. 서환은 이타적이고, 서진이는 자신의 행복이 가장 중요한데, 저도 인생의 1순위는 '스스로의 행복'이거든요. 제가 행복해야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첫 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고 하더라도 빨리 현실을 받아들일 거 같아요. 아마 환도 가지지 못해 더 오래 가슴에 품었던 감정이 아닐까요?"

그럼에도 지수는 절절한 '멜로 눈빛'으로 예지 역의 임수향과 로맨스를 그려냈다. 2015년 드라마 데뷔작 '앵그리맘'에서 김희선과도 멜로를 성공적으로 끌어냈던 지수는 '내가예'에서 더욱 깊어진 감성으로 임수향과 환상 호흡을 펼쳤다.

지수는 모든 공을 임수향에게 돌렸다. "누나의 눈빛을 보면 자연스럽게 몰입이 됐다"는 것. 촬영 중에도 항상 같이 대본을 맞추고, 따로 만남을 가지면서 돈독한 관계를 이어왔다던 지수는 인터뷰 전날에도 하석진, 임수향과 함께 저녁 식사를 가졌다.

"하석진 형은 첫 촬영에서 저에게 '볼 뽀뽀'를 하는 장면을 찍었어요. 그때부터 급격히 친해진 거 같아요.(웃음) 확실히 스킨십을 하니 갑자기 가까워진 느낌이 들더라고요. 임수향 누나는 촬영 전엔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데, 카메라가 켜지면 바로 예지로 몰입하세요.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을 받았어요."

잘 어울리다가도 현실에서 서진과 오예지를 보는 것처럼 "묘한 박탈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이미 극중 결혼을 했으니 질투라고 하긴 뭐하고요. 촬영 스케줄표에서 '신혼생활' 이런게 적혀 있으면 '아, 오늘은 둘이 알콜달콩하겠구나', '난 대본이나 봐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런 감정이 든다는 것도 묘했어요."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지금!"

드라마의 제목이었던 만큼 "언제 본인이 가장 예뻤던 거 같냐"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지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지금"이라고 답했다. "어제보단 오늘이 나을 거라고, 지금이 가장 예쁠 때라 믿고 싶다"는 것.

드라마 종영도 하기 전 차기작이 언급될 정도로 러브콜이 이어지는 지수다. 지난해엔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시리즈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에도 '내가예'와 '아만자'까지 숨 가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지수는 "주말에 '부산국제영화제' 때문에 부산에 가서 좀 걸으며 생각을 정리하고 재충전을 할 것"이라며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고, 그 목표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새 작품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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