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시계를 만들어줘요"…마리 앙투아네트가 사랑한 브레게

입력 2020-10-22 17:23   수정 2020-10-23 02:12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계를 만들어달라.”

1783년 프랑스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명품 시계 제조업체 ‘브레게’에 이렇게 주문했다. 브레게는 퍼페추얼 캘린더(윤년까지 계산해서 날짜를 자동으로 알려주는 기능)와 미닛리피터(시간을 소리로 알려주는 기능), 온도계, 크로노그래프(시간 거리 등을 알려주는 기능) 등을 한 데 담은 시계를 선보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앙투아네트뿐 아니라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윈스턴 처칠, 푸시킨 등도 브레게를 사랑했다. 나폴레옹은 군사회의 때마다 챙길 만큼 브레게 시계를 소중히 여겼다. 처칠 전 영국 총리가 평생 아끼며 착용했던 시계는 브레게의 No. 765다. 처칠이 어떤 상황에서도 풀지 않았던 이 시계는 영국 전쟁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나폴리의 여왕이자 나폴레옹의 여동생이었던 카롤린 뮤라는 화려한 여성용 브레게 손목시계를 착용했다. 브레게의 스테디셀러인 ‘레인 드 네이플’이 이 시계의 디자인을 차용했다. 레인 드 네이플은 우아한 타원형으로 여성미를 극대화했다. 2002년 첫 출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인기가 높다.

브레게의 창업자 엠마누엘 브레게는 궁정 시계 연구학자였다. 1775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세상에 내놨다. 프랑스 파리에 첫 공방을 연 브레게는 최초의 오토매틱을 선보여 ‘가장 혁신적인 시계’라는 찬사를 받았다.

1783년에는 미닛리피터의 핵심 부품인 공 스프링을 무브먼트(동력장치) 외곽으로 감싸는 형태를 고안해냈고, 1786년에는 다이얼 위에 일정한 무늬를 정교하게 새겨넣는 기법(기요셰)을, 1790년엔 충격방지 장치(파라슈트)를 개발하는 등 끊임없이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였다.

브레게를 유명하게 한 건 1801년 개발한 투르비용(중력으로 인한 시간 오차를 줄여주는 기능)이다. 브레게는 이 부품을 개발해 프랑스 내무부로부터 특허를 인정받았다. 이후 나폴레옹, 카롤린 뮤라 등 유명인이 브레게에 시계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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