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3년 프랑스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명품 시계 제조업체 ‘브레게’에 이렇게 주문했다. 브레게는 퍼페추얼 캘린더(윤년까지 계산해서 날짜를 자동으로 알려주는 기능)와 미닛리피터(시간을 소리로 알려주는 기능), 온도계, 크로노그래프(시간 거리 등을 알려주는 기능) 등을 한 데 담은 시계를 선보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앙투아네트뿐 아니라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윈스턴 처칠, 푸시킨 등도 브레게를 사랑했다. 나폴레옹은 군사회의 때마다 챙길 만큼 브레게 시계를 소중히 여겼다. 처칠 전 영국 총리가 평생 아끼며 착용했던 시계는 브레게의 No. 765다. 처칠이 어떤 상황에서도 풀지 않았던 이 시계는 영국 전쟁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나폴리의 여왕이자 나폴레옹의 여동생이었던 카롤린 뮤라는 화려한 여성용 브레게 손목시계를 착용했다. 브레게의 스테디셀러인 ‘레인 드 네이플’이 이 시계의 디자인을 차용했다. 레인 드 네이플은 우아한 타원형으로 여성미를 극대화했다. 2002년 첫 출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인기가 높다.
브레게의 창업자 엠마누엘 브레게는 궁정 시계 연구학자였다. 1775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세상에 내놨다. 프랑스 파리에 첫 공방을 연 브레게는 최초의 오토매틱을 선보여 ‘가장 혁신적인 시계’라는 찬사를 받았다.
1783년에는 미닛리피터의 핵심 부품인 공 스프링을 무브먼트(동력장치) 외곽으로 감싸는 형태를 고안해냈고, 1786년에는 다이얼 위에 일정한 무늬를 정교하게 새겨넣는 기법(기요셰)을, 1790년엔 충격방지 장치(파라슈트)를 개발하는 등 끊임없이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였다.
브레게를 유명하게 한 건 1801년 개발한 투르비용(중력으로 인한 시간 오차를 줄여주는 기능)이다. 브레게는 이 부품을 개발해 프랑스 내무부로부터 특허를 인정받았다. 이후 나폴레옹, 카롤린 뮤라 등 유명인이 브레게에 시계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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