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권력형 비리를 수사해온 박 지검장의 ‘사의표명 글’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검사장급 간부의 이 외침은 검찰이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윤석열 검찰’에 대한 여당과 ‘추미애 법무부’의 간섭과 개입, 압박과 공격이 그만큼 과도했다고 국민에게 고발한 것에 다름 아니다. ‘윤 총장 장모 잔액증명서 위조사건’을 수사한 것 등을 이유로 ‘추미애 인맥’으로 분류되기도 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 호소다.
그의 고발이 아니더라도 ‘검찰 흔들기’를 넘어 ‘수사방해’ 의심까지 들게 하는 일이 너무 잦았다. 어제 국감에서도 논란이 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만 해도 바로 검찰청법(제8조,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 위반이란 지적이 이어졌지만 정부·여당은 오불관언이다. 라임 건으로 구속된 사기 피의자의 한마디에 수사팀 구성과 방향까지 흔들리니 “사기꾼과 법무부 장관이 원팀”(진중권)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시중에는 “여권이 사기꾼을 충동질해 검찰 수사를 흔드는 것 아닌가”라는 의혹까지 제기된다는 것을 법무부는 알고 있는가.
1000억원대 사기·횡령 혐의자의 ‘옥중 편지’는 방향도 거듭 바뀐 데다, 검찰 국감일정에 맞춰 특정성향 변호그룹을 통해 흘러나왔다. ‘검찰총장 비난’ ‘야권인사 로비’ 같은 내용을 보면 ‘저급한 구태 공작정치’는 아닌가 하는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치가 검찰을 덮었다”는 박 검사장 발언의 배경과 실체적 진실이 어떤 식으로라도 규명돼야 하는 이유다. ‘라임·옵티머스 게이트’ 차원을 넘어서는 국기문란 의혹일 수도 있는 문제다.
라임 수사 책임자가 “법(法)은 물(水) 흐르듯이(去) 집행돼야 한다”고 촉구하며 사퇴를 배수진으로 ‘빗나간 정치’를 고발했다. 온갖 수난을 겪으면서도 검찰총장은 ‘사퇴 압력’에 힘겹게 맞서고 있다. 이제 추 장관이 답해야 한다. 국가 사법체제의 핵심 축인 검찰을 이렇게 뒤흔든 일이 전에도 있었던가. 지금까지 벌어진 일만으로도 법무부 장관 자격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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