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박 지검장은 1995년 부산지방검찰청에서 첫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 부부장과 특별수사3부장, 대검 형사정책단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 1월 의정부지검장에 부임했고 8월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옮기며 실세로 떠올랐다. 그는 성균관대에서 금융법 관련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을 정도로 금융 수사에 정통한 검사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윤석열 검찰총장이 현직 검사와 야당 정치인의 비리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직 검사 비리는 (지난 16일 공개된) 김 전 회장의 입장문을 통해 처음 알았기 때문에 대검에 보고 자체가 없었다”며 “야당 정치인 비리 수사는 지난 5월께 전임 송상현 남부지검장이 격주마다 열리는 정기 면담에서 면담보고서를 작성해 검찰총장께 보고했고, 그 이후 수사가 상당히 진척됐다”고 말했다.
박 지검장의 사의 표명이 추 장관을 향한 ‘항명’이라는 해석도 있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19일 ‘검사 로비 의혹’을 근거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며 라임 사건 수사에서 윤 총장의 지휘를 배제했다. 박 지검장은 이날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권을 규정한 조항의) 입법 취지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검찰권 행사가 위법하거나 남용될 경우에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지검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을 언급하며 사퇴 이유를 밝혔다. 2005년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김종빈 검찰총장에 대해 수사 지휘를 하자 김 총장이 사퇴한 일을 예로 들었다. 이어 그는 “그때와 상황은 똑같지 않지만 이제 검사장으로서 그 당시 (김 총장의 말에 동의했던) 저의 말을 실천해야 할 때”라고 했다. 박 지검장은 윤 총장의 장모인 최씨를 기소했다는 이유로 ‘추 사단’으로 평가한 외부 시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당시 수사팀은 정치적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기소했다”고 해명했다.
법조계에서는 박 지검장의 사의 표명이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일선 검사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추 장관 라인’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일지라도 ‘정치’가 과도하게 수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데 공감한다는 의미”라며 “그동안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을 꺼려온 검사들이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라임 관련 사건을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야 할 중대한 시기에 검사장이 사의를 표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독립적인 수사 지휘 체계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만간 후속 인사를 시행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양길성/안효주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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