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청년 유출을 막기 위해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가 머무를 문화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과학산업 인프라, 보조금 등 경제 정책적 요소뿐 아니라 문화 혁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지난 21일 한국경제신문과 경상북도 공동 주최로 경주에서 열린 경북형 신산업 스케일업 콘퍼런스의 토론 참가자들은 “청년 유출이 심각한 지방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수도권과 같은 자유로운 문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청년 사회적 기업가의 성장을 지원하는 지역과소셜비즈의 박철훈 이사는 “청년 기업가들은 일상의 작은 규제에 민감해한다”며 “감사를 피하기 위한 소극적인 행정의 결과물인 관습들이 청년의 정착과 청년기업의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는 “‘현장이 헌법’이라는 정신으로 명백하게 위법하거나 사회 해악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과감히 규제를 푸는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창록 경북경제진흥원장은 “양질의 일자리가 청년이 머무르기 위한 도시의 필요조건이라면 밀레니얼 세대가 살고 싶은 매력적인 도시, 삶의 질에 기반한 도시는 충분조건”이라며 “라이프스타일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모험가를 우대하는 풍토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영세 아주스틸 상무는 “중견기업에서도 사내벤처를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정부의 벤처 육성 프로그램이 대기업과 수도권 위주여서 지방 중견기업이 이를 도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대기업이 적은 지방의 경우 중견기업을 활용한 사내벤처 촉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수영 포항테크노파크 경북SW융합진흥센터장은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SW)산업은 기업뿐만 아니라 도시의 스케일업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며 “AI와 SW산업 육성에 지방정부가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센터에 따르면 경북은 수도권을 제외한 15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정보통신기술(ICT) 및 SW 매출(20조원)과 종사자(5만3000명)가 1위, SW 융합을 통한 매출 규모는 전국 2위를 차지했다. 박 센터장은 “스마트팜, 스마트피셔리(어업) 등 경북이 AI와 빅데이터 SW산업에서 앞서갈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영 구미전자정보기술원 기업협력본부장은 “구미의 우수한 생산 제조 인프라를 활용해 경기 성남 판교나 대전, 강원의 정보기술(IT) 분야 외주 물량 수주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수주 물량 확대를 위해 주문이 들어오면 컨소시엄 기업들이 견적과 제품 제조, 포장까지 이른 시일 내 끝낼 수 있는 제조기업 지도(production map)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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