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만에 2조원 규모 무기판매…중국 "내정간섭" 반발

입력 2020-10-22 23:38   수정 2020-10-22 23:40


미국 정부가 대만에 대규모 첨단무기를 판매하려 나서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18억 달러(약 2조400억원)에 달할 수 있는 무기의 대만 수출을 승인하고 이를 의회에 통보했다고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 등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에 국무부가 수출을 승인한 무기는 록히드마틴사의 트럭 기반 로켓 발사대인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11기, 보잉사의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인 슬램이알(SLAM-ER) 135기,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사의 전투기용 외부 센서 3기 등이다.

HIMARS는 최대 6발의 로켓을 100㎞ 이상 떨어진 곳에 기습적으로 쏴 유사시 대만 해안에 상륙하는 침략군을 타격할 수 있다. 최대 사거리가 270㎞에 달하는 슬램이알은 중국 동부 연안을 대만의 공격 가능 범위로 만든다.

의회는 이번 승인 건에 대해 30일간 검토를 거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현지 언론들은 의회가 반대할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드론과 함께 '하푼' 지대함 미사일 수출 승인도 조만간 날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만에 첨단 무기를 수출하고 나서자 중국은 강력히 대응하겠다며 반발했다. 중국은 대만을 강제로라도 되찾아야 할 부속 영토로 간주하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대(對)대만 무기 판매는 하나의 중국 원칙 위반이자 중·미 3대 연합 공보(미중 간 상호 불간섭과 대만 무기 수출 감축 등을 둘러싼 양국 간 합의)를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며 "이는 심각한 내정 간섭이자 중국 주권과 안보 이익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자오 대변인은 "미국의 행위는 대만의 독립 세력에 대해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이는 중미관계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전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탄거페이 중국 국방부 대변인도 22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기자의 서면 질문에 답하는 형식의 글을 올려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는 중국의 내정에 심각한 간섭을 가해 중국의 주권과 안보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미국이 계속 국제 관계의 기본 준칙을 무시하고 자기 견해를 고집하며 함부로 행동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단호히 반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정부는 미국 정부의 무기 수출 승인을 반겼다. 다만 중국과의 군비 경쟁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둔한 총통부 대변인은 "미국은 대만에 방어용 무기를 제공한다"며 "대만해협 부근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비대칭 전력이 증강될 것"이라고 말했다.

옌더파 대만 국방부장(장관)은 "우리는 중국 공산당에 맞서 방어 차원에서 강력한 전략적 억지력을 보유하려는 것이지 무기 확보 경쟁에 나서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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