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중공업이 지난 12년간 개발비만 1조엔(약 10조8410억원) 이상 쏟아부은 일본의 첫 제트여객기 사업을 사실상 포기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여객항공기 산업의 사업성이 불투명해졌다고 판단해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쓰비시중공업이 오는 30일 중기경영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소형 제트여객기 개발사업인 미쓰비시스페이스제트(MSJ) 사업(사진)의 동결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23일 보도했다. 채산성을 고려할 때 2021년부터 3년간 중기계획에 MSJ 사업을 반영하기 어렵다고 자체 분석한 탓이다.
상업운항에 필요한 당국의 승인취득 작업 등은 계속하지만 양산 준비와 신규 고객 개척 등 나머지 사업은 전면 중단해 사업을 사실상 동결할 계획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앞으로 시장상황이 회복되면 사업재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2008년 소형 여객기 개발사업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개발비만 1조엔 이상을 투입했다. 일본 정부도 광범위한 전후방 연관산업을 가진 항공기 산업을 자동차 산업과 함께 일본의 양대 제조업으로 키우기 위해 500억엔을 지원했다.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JAL) 등 일본의 대형 항공회사들이 약 300기를 주문하며 첫 제트여객기 사업은 본궤도에 오르는 듯 했다.
하지만 잦은 설계변경과 생산 장애로 인해 납기가 6차례나 연장됐다. 2013년을 목표로 했던 첫 인도는 7년이 지나도록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손실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미쓰비시중공업은 2019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326억엔의 순손실을 입어 20년 만에 첫 적자를 기록했다. 이 시기 MSJ 사업과 관련해 1760억엔을 손실처리한 탓이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세계 항공 여객수요가 급감하자 사업성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지난 5월 미쓰비시중공업은 MSJ 개발 자회사인 미쓰비시항공기 등 관련 사업의 자산가치를 0엔으로 손실처리했다. 올해는 개발비를 지난해의 절반으로 줄여 사업에서 손을 뗄 준비를 해 왔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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