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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 투자 경험이 없는 생글생글 독자들도 한 번쯤 들어봤을 유명한 투자 격언이다. 계란을 한 곳에 몰아서 보관하면 실수로 떨어뜨렸을 때 전부 깨질 수 있듯, 투자할 때도 한 자산에 ‘몰빵’하지 말라는 얘기다.
이 말을 남긴 사람은 고(故) 제임스 토빈 예일대 교수. 그는 ‘포트폴리오 이론’ 연구에 기여한 공로로 198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토빈 교수는 기자회견장에서 포트폴리오 이론을 쉽게 설명해 달라는 질문을 받고 이 한마디로 명쾌하게 정리해 냈다.
주식 투자자가 노출될 수 있는 손실 위험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우선 환율, 물가, 정치적 사건 등과 같은 거시경제 차원의 요인이 있는데 이것은 ‘체계적 위험’이라고 한다. 또 사업 실패, 유동성 위기, 경영진 교체 등처럼 특정 기업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비체계적 위험’이라고 부른다.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갖춘다면 비체계적 위험만큼은 상당히 낮출 수 있다.
포트폴리오를 짜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기본은 여러 산업에 걸쳐 투자업종을 다양화하는 것이다. 분산투자의 범위를 개별 주식이 아닌 자산 전체로 넓힐 수도 있다. 보유자산을 예금, 주식, 채권, 부동산, 현금 등에 골고루 나누는 식이다. 국내를 벗어나 선진국과 신흥국의 다양한 금융상품에 분산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투자 대상을 무한정 늘리면 유리한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자산 종류가 늘어날수록 위험이 낮아지지만, 위험의 감소 폭은 점차 줄고 새로운 자산을 편입하는 데 따른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험 감소효과와 거래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한국인의 노후자금이라 할 수 있는 ‘국민연금’을 보면 투자전문가들이 포트폴리오를 얼마나 중요하게 다루는지 알 수 있다. 국민연금은 정부가 국민에게서 반강제적으로 거둬 관리하기 때문에 손실을 보지 않으면서 수익률은 높게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책무를 안고 있다.
그래서 포트폴리오 관리를 아주 열심히 한다. 지난 7월 말 기준 국민연금에 쌓인 돈은 777조원에 이르는데 한국 주식 18.2%, 해외 주식 22.8%, 한국 채권 42.0%, 해외 채권 4.9%, 대체투자 11.8% 등으로 국내외 광범위한 상품에 분산투자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경제 상황을 고려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주기적으로 바꾸기도 한다. 이처럼 포트폴리오에 편입한 투자자산 비중을 조정하는 작업은 리밸런싱(rebalancing)이라 한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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