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과 사망' 무관하다지만…의협 '접종 중단' 권고와 달라 혼선

입력 2020-10-23 16:23   수정 2020-10-24 00:33


질병관리청이 독감 백신 접종 사업을 계속 이어가기로 한 것은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로 보고된 사람들이 백신 때문에 사망했다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독감까지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현실화하면 자칫 더 큰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영향을 줬다.

정부가 백신 접종을 이어가기로 했지만 여전히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올해만 유독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자칫 ‘백신 기피증’만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사망과 백신 간 인과관계 낮다”
23일 열린 예방접종피해조사반 회의는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했다고 신고한 사람이 실제 백신 때문에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점검하는 자리였다. 전날까지 신고된 사망자는 26명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위원들은 “백신 접종을 중단할 상황이 아니다”고 질병청에 의견을 전달했다.

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실시한 부검에서 13명은 심뇌혈관 질환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예방 접종과 인과성이 없다는 것이다. 7명은 부검이 진행 중이다.

독감 백신은 일정량의 원액을 1회분(도스)씩 주사기에 나눠 담아 유통한다. 이 과정을 충전이라고 부른다. 매년 유통되는 백신은 한 회사에서 원액을 생산해 충전까지 마친 제품, 원액은 다른 곳에서 만들고 이를 충전만 한 제품 등으로 구분된다.

백신 원액 자체에 문제가 있거나 백신 충전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같은 원액을 나눠 담은 한 제조라인의 대다수 백신에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같은 공장의 같은 제조라인을 의미하는 숫자가 제조번호(로트)다. 질병청 등이 같은 제조번호에서 중증 이상자가 여러 명 나오는 것을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하는 이유다.
의료계 “백신 문제 없을 것”
22일 기준 신고된 사망자들이 맞은 백신 제조번호는 20종류에 이른다. 이들이 맞은 백신은 물론 접종 지역, 의료기관도 다르다. 의료계에서 독감 백신 자체에 문제가 있어 사망자가 늘었을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하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다만 질병청은 24일 오전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추가로 열 계획이다. 사망자 중 같은 로트 백신을 맞은 사람이 있어서다. 추가 회의를 통해 특정 로트의 백신을 회수할 수도 있다.

의료계에서는 같은 로트에서 사망자가 나왔더라도 백신 자체의 문제일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사망자가 두 명씩 나온 제조번호는 4개다. 이는 확률적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길병원 인공지능빅데이터센터장)는 “23명만 모여도 생일이 같은 사람이 존재할 확률은 50%”라며 “백신 제조번호가 365개에 이르더라도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23건만 수집돼도 같은 로트가 존재할 확률은 50%”라고 했다.

한 로트에서 생산되는 독감 백신은 10만~15만 개다. 올해 국내 유통되는 독감 백신은 10개 회사 12개 품목, 제조번호는 202개다. 이를 맞은 사망자가 같은 제조번호일 확률이 더욱 높아지는 셈이다.
독감 백신 접종 이상신고 잇따라
독감 백신 접종을 받은 뒤 발열이나 두통 등 이상 반응이 있다고 보건당국에 신고된 사례는 800건에 육박했다. 백신을 접종한 뒤 이상 반응이 있다고 신고된 건수는 22일까지 총 789건이다. 질병청은 “예방접종과의 인과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상 반응 신고 사례 가운데 무료 접종은 542건, 유료 접종은 204건이다. 증상별로는 알레르기 반응 179건, 발열 155건, 국소 반응 147건, 기타 283건 등이다.

이날까지 전국에서 독감 백신 접종을 한 사람은 1427만 명이다. 무료 접종은 941만 명이다. 지난 19일부터 만 70세 이상 어르신 대상 무료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만 62세 이상 어르신 약 423만 명이 유·무료 접종을 마쳤다. 전체 대상자의 39.8%다.

이번 조치로 국민들의 독감 백신 불안이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인터넷 맘카페 등에는 “부모님께 (독감백신을) 맞으라고 권해드리자니 혹시 잘못될까봐 불안하고 걱정된다” “사망자가 자꾸 나오니 무서워서 못 맞겠다” “무책임하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지현/노유정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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