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 택시에서 발견된 휴대폰, 그속엔 세상을 경악시킨 영상

입력 2020-10-24 10:53   수정 2020-10-24 11:49


중국인 선장 왕펑위(汪峰裕·43)가 대만 땅에 발을 디뎠다가 체포됐다. 8년 전 인도양에서 바다에 떠있던 사람들에게 총살을 지시한 혐의다.

영국 온라인 매체 메일온라인(MailOnline)은 최근 바닷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남자 무리가 작은 배 파편에 매달린 채 학살되는 장면이 담긴 끔찍한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묻힐 뻔했으나 2014년 피지 수도 수바의 한 택시 뒷자리에서 누군가 휴대전화를 발견하고 해당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영상 속에는 물 위에 뜨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남자들에게 총격을 가하기 전 누군가가 만다린어로 "쏴!쏴!쏴!"라고 명령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총알은 왕펑위가 선장으로 있는 '핑신101호'에서 발사됐다. 영상에 따르면 총알은 40여발이 발사됐고 발사된 총알에 바닷물이 튀었다.최소 4명이 총을 맞고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몇 명은 총을 맞고 신음하며 바다위에 떠 있었다. 영상에 등장하진 않지만 총을 쏜 사람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우쭐대며 "5명이나 맞췄다"고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핑신101호 위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서로 함께 순간을 기념하는 남자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이 사람들이 총을 쏜 사람들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학살 장면이 담긴 영상이 세상에 공개됐지만 한동안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핑신101호가 사건 발생 2년 후에 좌초된 데다 해양법이 복잡하고 모호했던 탓에 피해자들의 신원을 밝히는 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총을 쏜 사람들에 대해서도 영상을 통한 확인이 어려웠다.

당초 피해자들은 소말리아 해상 부근에서 활동하는 해적일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적들이 배를 습격했다가 실패해 바다에 버려진 뒤 사살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만 수산청과 피지 출신 공무원 등도 피해자들이 해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반박 의견을 내놓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그린피스는 피해자들의 배가 해적들이 주로 사용하는 종류와는 달리 크기가 매우 작은 나룻배 정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 나라들로 구성된 '피쉬아이 네트웍크'도 피해자들이 해적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이들은 피해자들은 이란 선적에서 일하는 파키스탄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던 중 당시 핑신101호에 있었던 필리핀 국적의 요리사 알드린과 갑판원 마시모의 진술로 사건의 실체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었다.

이들은 피해자들은 10~15명 정도이며, 해적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바다에 빠진 사람들은 무기도 들고 있지 않았다. 누군가 "소말리아 사람 아니다" "해적들이 아니야"라고 외치는 소리도 동영상에 담겨 있다.



대만 검찰은 관련자 진술과 오랜 수사를 토대로 용의자를 색출해 2017년 왕펑위와 무장 선원 2명을 각각 총살을 지시하고 이행한 혐의로 지명수배했다. 왕펑위는 지난 8월 대만에서 체포됐다.

대만 검찰은 왕펑위가 "쏴!쏴!쏴"라고 총살을 지시했고 무장한 부하 두 명이 실행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검찰은 "왕펑위가 이 사건에 개입됐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밝혀진 바는 없다"며 "우리가 선장을 확보했으니, 당시 상황을 직접적으로 물어볼 길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펑신101호는 유튜브에 영상이 올라가기 직전인 2014년 인도양에서 가라앉았다. 당시 왕펑위를 포함한 20명 선원들 모두는 구명보트를 타고 스리랑카에 내려졌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왕펑위는 중국 출신이며 '인도별'이라는 선박의 선장이었다. '인도별'은 불법 조업과 서류 위조로 악명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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