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규모가 100가구 이하로 작아 ‘미니 재건축’으로 불리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이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최근 서울 내 역대 최고 청약경쟁률을 갈아치우는가 하면 신규 신청 사업장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각종 규제로 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이 어려워진 데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시세 차익 기대감이 커지면서 미니 재건축에 대한 관심이 달아오르고 있다.
이 단지는 강남구의 첫 번째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지난 3월 착공과 분양을 마쳤다. 기존 노후주택 29가구를 헐고 지하 4층~지상 11층 2개 동에 42가구의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인근 D공인 관계자는 “바로 옆 대치삼성아파트와 같은 명문학군에 배정받을 수 있고 대치동 학원가를 걸어서 이용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며 “입지가 좋고 새집 수요가 많아 매물이 귀하다”고 말했다. 가로주택사업을 위한 사업시행인가를 진행 중인 삼성동 영동한양빌라 호가도 4년 전에 비해 두 배 넘게 올랐다.
청약시장에서도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 21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강동구 고덕동 ‘고덕 아르테스 미소지움’은 평균 경쟁률 537.1 대 1을 기록했다. 서울 내 역대 최고 경쟁률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 8월 시행 이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서울 내 두 번째 단지다. 지상 12층 3개 동, 100가구 규모에 중소 건설사(SG신성건설) 브랜드를 달았지만 가격 메리트가 크게 부각됐다. 이 단지의 3.3㎡당 분양가는 2569만원으로 인근 시세의 절반을 밑돈다. 올해 첫 번째 상한제 적용 단지인 서초구 ‘서초 자이르네’(67가구)도 지난 19일 청약에서 300.2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분양가 갈등으로 서울 내 대단지 정비사업은 멈췄다”며 “수요자에겐 미니 재건축 사업이 좋은 입지에 있는 새집을 싼값에 구할 기회”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에게 최근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접수된 가로주택정비사업은 53건에 달했다. 2년 전만 해도 16건에 불과했던 신청 건수는 지난해 51건으로 증가한 데 이어 올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저가 아파트가 많아 올해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서울 외곽지역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장위뉴타운 등이 있는 성북구가 13개로 가장 많았고 강북구(7건) 양천구(7건) 노원구(6건) 등의 순이었다. 기존 사업장 중에서는 강동구 유정빌라, 서초구 낙원청광연립, 영등포구 영등포동2가439 등 다섯 곳이 사업시행인가를 마치고 분양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공급효과가 크지 않은 것은 한계로 꼽힌다. 가로주택사업을 통해 신규 분양되는 가구 수는 수십 가구 정도다. 지난주 분양한 서초자이르네는 35가구, 아르테스 미소지움은 37가구를 신규 분양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가로주택을 포함한 소규모 정비사업을 통해 올해 공급되는 주택 수는 총 426가구에 그친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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