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계승' 스가, 첫 국회연설…"징용문제, 韓이 해결해야"

입력 2020-10-26 16:23   수정 2021-01-24 00:01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사진)가 임시국회 연설에서 일제 시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스가 총리는 26일 개원한 임시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 "한국은 매우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양국 관계를 규정하면서도 "건전한 일한(한일) 관계로 돌아가기 위해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따라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소신표명 연설은 일본 총리가 임시국회가 시작될 때 본회의에서 당면 국정 현안에 관한 기본입장을 밝히는 연설이다.

이같은 입장 표명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외교 노선을 그대로 계승해 한일 간 최대 현안인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선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그간의 주장을 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정권에서 대변인인 관방장관으로 일해온 스가 총리는 그간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한 징용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 소송에서 한국 대법원이 2018년 10월 위자료를 주라고 최종 판결한 것이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 협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어 한국 정부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쳐왔다.

소송 원고 측은 피고 기업인 일본제철이 일본 정부 방침에 따라 판결 이행을 거부하자 손해배상 채권 확보를 위해 일본제철과 포스코의 비상장 한국 내 합작법인인 PNR 주식 압류를 법원에 신청해 현금화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스가 총리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선 "여전히 정권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모든 납치 피해자의 하루라도 빠른 귀국을 실현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조건을 붙이지 않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접 마주하겠다는 결의"라며 2002년 북일평양선언에 근거해 납치·핵·미사일 등 현안을 포괄적으로 풀어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를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납치 문제는 모두 해결됐다며 일본 정부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스가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일본 외교·안보의 기축은 미일 동맹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일미(미일) 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 및 국제 사회의 평화, 반영, 자유의 기반이 된다"면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호주, 인도, 유럽 등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도 협력해 법의 지배에 의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중국과 관련해선 "안정적 관계는 양국뿐만 아니라 지역 및 국제 사회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라며 "고위급 (접촉) 기회를 활용해 주장할 점은 확실히 주장하면서 공통의 제 과제에선 협력해 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와의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영유권 문제에 대해선 "다음 세대로 미루지 않고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며 "정상 간의 솔직한 의견 교환을 통해 평화조약 체결을 포함한 일·러 관계 전체의 발전을 지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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