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섭 기자의 바이오 탐구영역] 나이벡 "제2의 셀리버리, 알테오젠 될 것"

입력 2020-10-27 08:37   수정 2020-10-27 08:42



세포 안에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갖고 있는 나이벡에 다녀왔습니다.

이 회사의 사업 모델은 다양합니다. 우선 치과용 골이식재 부문이 현금 창출원(캐시카우) 역할을 합니다. 임플란트를 심을 수 있는 뿌리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게 골이식재입니다. 세계 1위 임플란트 전문 회사인 스위스 스트라우만 등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골이식재와 함께 쓰이는 콜라겐도 시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골이식재와 함께 치과용 콜라겐 재료를 함께 만드는 회사는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합니다.

정종평 나이벡 대표는 “치과용 재료 부문에서 3~4년 뒤엔 연 300억~4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며 “영업이익률도 30% 안팎에 달해 안정적으로 신약 개발 자금을 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수년 동안 치과 부문에서 최대 규모의 임상을 진행했던 중국 시장 시판 허가를 앞두고 있습니다. 결과를 말씀드릴 순 없지만 대부분의 절차가 끝났다고 합니다. 늦어도 연말엔 발표됩니다.

중국 임플란트 시장은 규모를 제대로 추산할 수 없지만 현재 연 30~40%씩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골이식재와 콜라겐 등을 넣는 방식은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시장입니다. 뼈가 없는 사람에게 뼈를 채워주는 기술이죠. 콜라겐은 골이식재와 같이 사용해서 뼈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줍니다.

한국의 치과 의료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보통 열 건의 임플란트 시술 중 30~40%는 골이식재를 넣습니다. 반면 중국 임플란트 시장은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습니다. 골이식재를 넣는 시술은 10~20%도 안되는 수준이죠. 시장이 이제 커지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허가가 떨어지면 스트라우만을 통해 제품을 팔 예정입니다.

현재 회사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신약 개발입니다. 정 대표는 “신약 개발이 회사의 최우선 순위여서 골이식재 판매를 위해 현지 영업직원을 둘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합니다. 회사의 전력을 분산시키지 않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만큼 신약 개발에 대한 의지가 강합니다.

나이벡은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약물 전달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기술 이전 논의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이와 함께 펩타이드를 활용한 신약 개발도 되고 있죠.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이 회사는 대부분의 펩타이드 신약을 경구용으로 바꿀 수 있는 플랫폼 기술도 갖고 있습니다. 항체 바이오 의약품이나 합성 의약품을 고분자 물질로 둘러싸 보호하는 겁니다. 위산에 강하고 대장에서 해당 고분자가 녹는 형식입니다. 이와 관련한 특허도 여러 개 갖고 있습니다. 글로벌 제약사의 기술수출 요청이 적지 않습니다.

노승원 맥쿼리투신운용 펀드매니저는 “신약 개발 이외의 사업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오스코텍과 닮았고, 약물 전달 기술의 기술력 측면에선 셀리버리와 유사한 기업”이라고 설명합니다. 이어 “주사제를 경구제형으로 바꿨다는 점에서 알테오젠과도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펩타이드만 16년째 개발한 회사
나이벡은 정 대표가 서울대 치대 교수 시절인 2004년에 설립한 펩타이드 전문 기업입니다. 시작은 서울대 벤처였습니다. 펩타이드란 단백질의 기능적 최소 단위입니다. 생체 신호전달 및 기능 조절에 관여하는 물질이죠. 펩타이드를 조합해 인체 유래 약물을 만듭니다.

치과 부문에서 매출이 나오다보니 주가를 위해 신약 개발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장의 오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처음부터 펩타이드를 통한 신약 개발을 해온 회사입니다. 2011년 기술특례상장 당시에도 이 기술력을 인정받아 상장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 총책임자(CTO)인 박윤정 전무 역시 서울대 벤처 시절 합류한 멤버입니다. 서울대 치대 교수, 미국 미시간대 연구교수 출신입니다.

박 전무가 세포 전달 플랫폼과 펩타이드 신약 부문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펩타이드와 약물전달시스템 등으로 박사 학위를 땄죠. 국내에서 펩타이드에 대해선 최고 전문가입니다.

이 회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세포투과전달 플랫폼(cell penetrating peptides, CPPs)이란 기술 때문입니다. CPPs 기반 치료제는 경쟁사가 여럿 있습니다. 한국의 셀리버리와 호주에 본사를 둔 PYC 테라퓨틱스(therapeutics) 등이 상장돼 있습니다.

박 전무는 “일반적인 세포 투과 플랫폼은 자기 표적이 아닌 혈관 등에 들어가 부작용이 일어난다”며 “또 고용량의 약물을 넣어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나이벡은 약효가 작용하는 세포의 선택성을 높인 'NIPEP-TPP'란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항체 바이오의약품을 붙인 항암제 ‘NIPEP ACE-Tide1’과 ‘NIPEP ACE-Tide
2’가 주요 신약후보물질입니다.

플랫폼 기술이다보니 여기에 항체 바이오의약품이나 합성의약품을 붙일 수 있어 적용 범위가 넓다고 합니다. 다른 회사의 항체 바이오의약품을 붙이는 것도 가능하죠.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항체 의약품
좀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어떻게 원하는 암세포에, 그리고 암세포 안으로 들어가는지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항체 바이오 의약품은 세포 안으로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덩치가 너무 커서입니다. NIPEP-TPP는 이런 바이오 의약품의 단점을 없애는 플랫폼입니다. 다시 말해 바이오 의약품을 세포 안으로 끌고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NIPEP-TPP는 세 가지로 구성이 돼 있습니다.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갈 수 있기 위한 표적활성성분(targeting moiety)과 세포 투과 펩타이드, 그리고 항체 바이오 의약품 등입니다. 항체 바이오 의약품은 합성 의약품 등으로 교체가 가능합니다.

NIPEP-TPP의 가장 큰 장점은 표적활성성분이 암세포에 잘 정착할 수 있다는 겁니다. 표적활성성분이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것이죠. 표적에 나와있는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와 잘 달라붙습니다. 암 세포 표면엔 특정 분자들이 있습니다.

표적활성성분이 이들 분자에 착 달라붙는 것이죠. 암 세포 표면에 있는 특정 분자들을 발견하고 이에 붙는 물질을 만든 겁니다. 해당 분자의 이름을 따로 밝히기 어렵다고 합니다. 특허로 묶여있기도 합니다. 박 전무는 “이로 인해 NIPEP-TPP는 적은 용량으로도 암세포에 달라붙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위 그림은 약물에 형광 물질을 달아놓은 모습입니다. NIPEP-TPP의 경우 암세포를 제외하고 정상 세포 등 표적이 아닌 물질에선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경쟁사의 CPPs에선 형광 물질이 암세포나 정상세포에서 모두 나타났습니다.

암세포 표면에 표적활성성분이 도착하면 다음엔 세포 투과 펩타이드가 일을 합니다. 펩타이드는 크기가 작아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세포 안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여기에 연결된 의약품이 안으로 들어오는 방식입니다. 세포 투과 펩타이드가 일종의 ‘트로이목마’ 역할을 하는 것이죠.
두 파이프라인 모두 기술이전 논의 단계


현재 NIPEP-TPP의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으로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물질은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NIPEP ACE-Tide1입니다. 암세포 주변에 만들어지는 암 줄기세포들은 비정상 세포가 더 많은 영양분과 산소를 흡수하기 위해 자기 주변에 형성하는 혈관입니다. 화학요법 등을 통하더라도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언젠간 다시 폭증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역할을 하는 바이오마커가 ‘Fer T’입니다. Fer T 때문에 전이가 일어난다는 겁니다. 나이벡은 Fer T를 억제하는 항체 바이오 의약품을 NIPEP-TPP에 달았습니다. 현재 Fer T를 표적으로 한 항암제는 나와있지 않습니다. ‘퍼스트인클래스’(first in class, 세계 최초) 의약품입니다.

현재 전임상 단계입니다. 한 글로벌 제약사와 물질이전계약(MTA) 전단계인 MDA를 맺었습니다. 물질이전계약을 발표하기 전에 서로 계약에 대해 비밀을 유지한채 논의를 하는 것이죠.

NIPEP-TPP 플랫폼을 활용한 다른 파이프라인도 있습니다. 대장암과 폐암 등을 대상으로 한 치료제입니다. KRAS 돌연변이 단백질을 직접적으로 표적할 수 있는 항암제입니다.

현재 KRAS 돌연변이 단백질 정확하게 표적하는 약물은 없습니다. 대장까지 약물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목표점에 정확하게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항체 바이오 의약품의 경우 운이 좋으면 대장에 도달하기도 하지만 암 세포에 정확하게 닿지 못합니다.

박 전무는 “NIPEP-TPP는 대장까지 남아 대장에서 활성화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며 “선택적으로 들어가다보니 다른 조직에 염증이나 이상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나이벡은 지난 5월과 9월에 이런 검증 결과를 기술이전을 논의 중인 글로벌 제약사에 보냈다고 합니다. 이달엔 또 유효성 보고서를 한 차례 더 보냈습니다.

내년 상반기엔 NIPEP-TPP의 기술수출이 성사될 것이란 게 회사 측의 자신감입니다. 현재 이 약물은 주사제와 경구제 모두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이 플랫폼은 뇌혈관장벽(BBB) 투과 플랫폼으로도 확장이 가능합니다. 현재 전임상 단계입니다. 글로벌 제약사 중 한 곳이 기술이전에 관심이 있습니다. 물질이전계약(MTA)를 체결한 상황인데요. 실제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효과를 보였습니다. 어떻게 BBB를 통과하는지 작용기전을 과학적으로 풀고자 노력 중에 있습니다. 기술수출도 이런 작용기전이 명확해지면 곧바로 나설 예정입니다.
CMO 회사로 성장 가능성


이 회사의 장점 중 하나는 충북 진천의 나이벡 공장에서 펩타이드 의약품과 NIPEP-TPP 등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겁니다. 골이식재 등도 생산이 가능하죠. 기술이전을 하더라도 해당 품목을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위탁생산(CMO) 매출이 일어날수 있다는 겁니다. 공장 증설 등을 한다면 CMO 매출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박 전무는 “전임상부터 시료 등을 공급할 수 있어 기술이전을 논의하는 회사들이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별도의 시료 생산 회사를 찾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이와 함께 이미 고혈압 치료용 단백질 공급 계약을 글로벌 3대 제약사와 체결했습니다. 공급가는 이미 정해져있고, 생산 기간에 대해선 따로 조항이 없습니다. 나이벡은 나아가 시설 증축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가 특허를 보유한 경구 제형 기술과 다른 신약후보물질에 대해선 나이벡 탐방(2)에서 알아보겠습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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