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풀무원의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사전청약)에서 발행예정 물량의 1.5배 가량의 수요가 몰렸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대형 금융사가 아닌 제조업 기업이 신종자본증권을 공모 발행하는 일은 드물었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이 이날 3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예정하고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450억원의 매수 청약이 들어왔다. 주요 증권사들의 리테일 상품관련 부서에서 대거 주문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수요예측에서 연 4.8%에서 300억원 물량이 채워졌다. 일반 기업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사례가 거의 없어 공모희망금리를 BBB등급 일반 회사채 금리 등을 참고해 연 4.60~4.90%로 제시했었다.
발행 3년 뒤 회사가 중도상환(콜옵션 행사)할 수 있고, 명목 만기일인 2050년 이후에도 동일한 조건으로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 회사 청산시 다른 채권자의 돈을 모두 갚고나서 원리금을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 후순위채다.
풀무원의 신종자본증권에 투자자들이 몰린 것은 시장에서 찾기 힘든 연 4%대 금리의 상품이기 때문이다. 영구채 형태지만 3년후 상환하지 않으면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옵션이 있어 사실상 3년 후 상환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풀무원의 주력인 식품업종의 특성상 그룹이 쉽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란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풀무원은 신종자본증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기존 시중은행 대출 등을 상환하는데 사용할 예정이다. 이번 영구채 발행으로 풀무원의 재무구조는 다소 개선될 전망이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풀무원식품 등을 지배하고 있는 지주사 풀무원의 부채비율은 지난 6월 말 현재 연결 재무제표 기준 230%에 달한다. 2017년 말 193%에서 상승세다. 풀무원식품의 유상증자 참여 등 뭉칫돈 유출로 빚 규모가 꾸준히 늘어난 탓이다. 풀무원은 작년 9월 이자비용을 아끼기위해 700억원어치 전환사채(CB) 형태 영구채를 발행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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