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원화 가치 강세)하고 있다. 미국의 유동성 공급으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한 반면 중국의 경제 회복 기대감으로 위안화 가치는 치솟은 영향이다. 원화 가치는 위안화와 연동해 동반 오름세를 이어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말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내년엔 1000원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더 가파르게 하락했다. 이달 초 1163.4원에 거래를 마쳤던 원·달러 환율은 전날 기준 1132.9원까지 하락하면서 무려 30.5원 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따져보면 하락 폭은 더 크다. 지난 3월19일 1285.7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불과 7개월 만에 152.8원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달러 약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92.76으로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돈 풀기'에 나서면서 시중에 유동성이 공급됐고, 추가 부양책 기대감이 커져서다. 또 미국 대선에서 미국 민주당이 집권하는 ‘블루 웨이브’ 기대감이 커진 점도 달러를 약세로 이끌고 있다.
달러 약세보다 원화 강세에 더 큰 영향을 준 것은 중국 위안화의 강세다. 이날 중국인민은행은 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6.6725위안으로 고시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6.6703위안보다는 0.03% 상승(위안화 가치 약세)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확진자수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안정화 됐고, 중국 정부가 이른바 ‘쌍순환’(내수·수출) 부양책을 통해 경제 살리기에 나서면서다.
단기적으로는 출렁이는 모습을 보이다 내년께 더 큰 폭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살펴보더라도 달러 약세, 위안화 강세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며 "속도가 완만해질 수는 있겠지만 기조 자체는 유지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원·달러 환율이 1080~1090원대로 1000원대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최근 하락 속도가 빨랐던 만큼 조만간 진정 조짐을 보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이미 많이 내려왔다"며 "국내에서도 외환당국이 이미 구두개입에 나섰고, 중국도 경기 회복의 이슈가 있지만 환율 하락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원·달러 환율은 연말까지 11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해 바닥을 형성할 것이라고 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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