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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상속세 납부자는 2000년 1389명에 불과했지만 2010년 4547명, 작년 9555명으로 늘어났다. 2000년 대비 6.9배 불어난 것이다. 연간 사망자 대비 상속세 납부자 비율도 2000년엔 0.6%였지만 작년엔 3.2%로 뛰었다.
상속세 수입도 증가일로에 있다. 2000년 4487억원에서 2010년 1조2028억원, 작년 3조1542억원으로 커졌다. 상속세 수입이 1조원에서 2조원을 돌파하기까지는 10년이 걸렸지만, 이후 3조원을 넘어서는 데는 2년밖에 안 걸렸다. 최근 들어 세수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얘기다.
상속세가 늘어나는 속도는 전체 국세보다 빠르다. 실제 국세 수입 대비 상속세수는 2000년 0.5%에서 작년 1.0%로 늘었다. 재정 당국 입장에서도 상속세가 무시할 수 없는 세금 수입원이 됐다.
해외 국가와 비교해도 한국의 상속세 증가 속도는 눈에 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 부담 순위는 200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3위였으나 2018년엔 3위로 올랐다.
상속세 부담이 급증한 건 경제 규모가 커졌기 때문도 있지만 정부 정책 영향이 크다. 상속세 최고세율(50%)이 세계 최대 수준인 데다 과세표준, 공제액 등 과세 기준을 20년 넘게 손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제는 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과세 기준을 조정해주는 게 보통이다. 가령 소득세의 경우 20년 전엔 과세표준 8000만원 초과에 세율 40%를 매겼지만 지금은 3억~5억원 구간에 40%를 적용한다. 국민의 소득 수준이 늘었는데 8000만원-40%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면 고율 과세자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속세는 2000년에 최고세율 50% 적용 과세표준을 50억원 초과에서 30억원 초과로 넓히는 등 과세 기준을 조정한 뒤 20년째 손을 안대고 있다.
공제액도 마찬가지다. 상속세는 일괄공제(5억원)과 배우자공제(5억~30억원)가 주요한 공제 제도인데, 1996년 상속·증여세법 전면 개편한 기준이 지금도 그대로 적용된다. 1996년 5억원과 지금 5억원은 가치가 천지 차이인데도 이를 상향 조정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자연 증세'를 한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진보·보수 정권을 가리지 않고 상속세는 부(富)의 대물림을 차단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유난히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과세를 강화 부분도 있다. 2016년까지는 상속세를 기간 내에 자진 신고하면 세액 10%를 깎아줬지만 2017년부터 3%만 빼준다. 자진신고 세액공제 축소는 상속세 수입이 2017년 2조원 돌파, 작년 3조원 돌파 등 급격하게 오른 데 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속세는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라는 점 등에서 세계 주요 국가은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추세"라며 "한국은 상속에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기업의 원활한 가업 승계를 막는 것은 물론 일반 자산가들의 세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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