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사진)이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종전선언'을 언급했지만 북측은 연일 비판하고 있다. 26일에는 종전선언 논의를 위해 방미길에 오른 외교·안보 당국자를 향해 "외세에 의존해서만 명줄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자들의 쓸개 빠진 추태"라고 조롱했다.
공무원 피살에도…文 "종전선언 평화의 시작" 거듭 강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코리아 소사이어티 연례 만찬 화상 기조연설을 통해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의 시작"이라며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양국이 협력하고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게 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 항구적 평화체제 순으로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 선언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직접 언급한 것은 지난달 23일 유엔총회 연설 이후 보름 만이다. 당시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은 완전히 영구적으로 종식되어야 한다. 그 시작은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北 "외세를 할아비처럼 섬기며 비굴하게 처신" 조롱
하지만 북측 반응은 냉담하다.북한 선전매체 '메아리'는 26일 남측 외교·안보 당국자들의 미국행에 대해 "지난 9월부터 (남한의) 외교부와 청와대, 국방부 등의 여러 고위당국자들이 미국의 문턱에 불이 달릴 정도로 경쟁적으로 찾아다니고 있다"며 "쓸개 빠진 추태"라고 비아냥댔다.
한미동맹에 대해서도 "침략전쟁에 총알받이로 군말 없이 나서야 하는 '전쟁 동맹',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를 미국이 철저히 틀어쥔 불평등한 예속 동맹"이라고 날을 세웠다.
해당 매체는 "외세를 하내비(할아비)처럼 섬기며 비굴하게 처신하니 미국이 더 업신여기고 '방위비 분담금' 증액,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기지의 영구화, 남한 강점 미군의 훈련장 보장 등 무거운 부담만 지워서 돌려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례 호국훈련에도 "공공연한 도발…용납 못한다" 비난
북측의 대남 비난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우리 군 당국에 대해서도 강한 적대감을 표현하고 나섰다. 북한 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25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보여준 군사력이 정당 방위수단이라고 강조하면서 남측 군부가 안보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매체는 이날 '분별 있게 처신해야 한다' 제목의 사회과학원 리상철 연구사 명의 글에서 "이번 열병식에서 우리는 무진막강한 군사력이 우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지 그 누구를 겨냥하지 않은 것임을 명백히 선언했다"며 "그럼에도 (남한 군 당국이) 우리를 공개적으로 걸고들며 참을 수 없는 망언을 내뱉고 위험한 대결망동을 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같은 비난의 근거로는 한미 양국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진행한 한미안보협의회의와 합참이 이달 19∼30일 연례적으로 시행하는 방어적 성격의 호국훈련을 언급했다.
매체는 "우리의 눈앞에서 '2020 호국훈련'이라는 불장난을 감행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평화적이며 자위적인 국방력을 명분으로 앞으로 더욱 기승을 부리며 감행할 반공화국 대결책동의 사전포석임을 명명백백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북한매체 '조선의오늘'도 호국훈련에 대해 "우리에 대한 또 하나의 공공연한 도발이며 가뜩이나 첨예한 정세를 더욱 험악한 국면으로 몰아가는 용납 못할 대결 망동"이라고 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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