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사진)을 향해 '어린이책으로 정치하지 말라' 제하 입장문을 발표했다.
출판문화협회는 26일 "배현진 의원의 낡은 정치적 이념 공세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자의적 기준의 색깔론으로 해당 전시회와 출품 도서를 재단한 것에 대해 사과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배현진 의원은 앞선22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BOOK 읽는 풍경' 전시회에 출품된 국내 출간 도서들이 북한을 미화·찬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국감에서 "굉장히 문제가 된다고 지적할 만한 우려스러운 내용이 있고 어린이들에게 무비판적으로 사상 편향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도서들이 전시장에 널려 있었다"고 발언했다.
협회는 "국감에서 언급된 책은 도서출판 박영사에서 발간한 '남북통일 팩트체크 Q&A 30선'이다. 이 책은 북한을 미화하거나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 아이들 시선에서 북한의 모습을 살펴보고 통일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는 내용을 담은 초등학생용 교양도서"라고 반박했다.
이어 "집필자들은 서울·경기권 초등 교사와 대학교수 등 교육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으며 책을 출간한 박영사는 올해로 설립 68주년을 맞이한 전통 있는 학술·교양도서 전문 출판사"라며 "이 책이 출품된 파주출판도시의 전시회 역시 남북 관계의 긴장 완화를 위해 민간 차원에서 기획된 남북 문화교류행사다. 북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배현진 의원이 책에서 지적한 부분들은 남북 교류 차원에서 양국의 정치, 문화, 사회 등을 비교하며 유사점과 차이점을 어린이 맞게 설명한 대목들이"이라며 "전체 문맥을 고려하지 않고 오해가 될 만한 부분만을 편집해 북한을 미화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강조했다.
또 "책에는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적 내용도 담겨 있는데, 그런 부분들은 언급조차 하지 않고 색깔론 공세에 유리한 부분만을 발췌해서 전시회에 출품된 다수 도서들을 문제 삼고 문화체육관광부의 관리감독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미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야 할 우리 어린이들에게 남북의 화해를 가르치지 않고 적대의식을 부추겨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했다.
도서 검열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 특히 문제라고도 했다.
협회는 "배현진 의원은 이 책을 읽다가 북한을 미화한다고 의심되는 '우려스러운 내용'들에 띠지를 붙여 표시를 해뒀고 이를 국감 질의 시간에 소개하며 문체부 미디어정책국장에게 공감을 강요했다"며 "이는 그 옛날 출판 탄압의 시대에 검열관들이나 하는 행태를 현직 의원이 국감장에서 버젓이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배현진 의원에게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사항에 대해 사실 관계를 바로잡을 것을 요청한다. 또 전시회의 주관 기관인 출판문화도시입주기업협의회와 해당 도서의 출판사인 박영사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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