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부터 투자와 시공 및 트레이딩 등 어떤 방식으로도 석탄사업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 이사회의 결정이다. 진행 중인 기존 사업은 완공, 계약 종료 등에 따라 단계적으로 철수하기로 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의 논의를 바탕으로 친환경 경영방침에 부합하도록 탈석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4개 부문(건설·상사·패션·리조트) 중 건설과 상사부문이 석탄사업을 벌이고 있다. 건설 부문은 석탄발전소의 설계·조달·시공(EPC)을, 상사 부문은 석탄 트레이딩을 한다.
건설 부문은 한국전력과 공동으로 참여하는 베트남 붕앙2 석탄발전소 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붕앙2 석탄발전소 건설은 국가 간 신뢰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협의해온 사업”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국제 기준보다 엄격한 환경기준을 적용해 시공할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그동안 정치권과 환경단체로부터 석탄사업에서 당장 철수하라는 압력을 받아왔다. 이들은 석탄사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삼성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까지 벌이겠다고 압박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앞세운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주력사업인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 및 저장시설, 신재생에너지 등을 중심으로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계획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내 신규 석탄발전소 허가가 금지된 상황에서 업계 유일한 수익원은 해외 진출이다. 삼성물산의 석탄사업 중단으로 국내 중소·중견기업을 비롯한 석탄발전 수출산업 생태계가 타격을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선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이후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이 선제적으로 탈석탄 선언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17.3%를 기반으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3분기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 7조8503억원, 영업이익 2155억원을 기록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0.4% 줄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