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8일 영면하기 전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화성 반도체 사업장이었다. 이 회장이 1983년 직접 부지를 확보하고 착공·준공식 등에 네 번이나 참석했을 정도로 애정을 가졌던 곳이다. 화성 사업장엔 ‘회장님의 발자취를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삼성 임직원들은 3000송이의 국화를 들고 화성캠퍼스 도로 양편에 4~5줄로 모여 이 회장의 운구 행렬을 맞았다. 협력사 직원들과 지역 주민들도 추모 행렬에 동참해 ‘거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족들은 고인이 각별히 애착을 가졌던 16라인 앞에서 내린 뒤 고개를 숙여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7시20분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는 ‘반도체 신화’를 일구며 한국을 한 단계 도약시킨 이 회장을 기리는 영결식이 열렸다.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이 회장의 자녀들,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조카인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등이 고인과 한 시간가량 작별의 시간을 가졌다.
이 부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등도 참석했다.
이수빈 삼성 상근고문(전 삼성생명 회장)은 약력 보고에서 “고인은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산업의 초석을 다지고 신경영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고 말했다. “영면에 드셨다”는 부분에선 목이 메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추모 영상도 상영됐다. 사물의 본질을 탐구하려고 했던 소년,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경영자, 스포츠 외교와 사회공헌으로 국가에 기여한 모습 등을 차례로 조명했다.
이 사장은 슬픔을 참지 못하고 오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이 부회장의 부축을 받았다. 발인을 마친 뒤 이 회장의 운구 행렬은 서울 한남동 자택과 리움미술관, 화성 사업장을 거쳐 낮 12시께 경기 수원의 가족 선영에 도착했다. 한 시간여 동안 장례 절차가 끝난 뒤 이 회장은 영원히 잠들었다.
고인에 대한 추모는 이날 인터넷에서도 이어졌다. 삼성전자 인트라넷 온라인분향소에는 이 회장을 추모하는 댓글이 3만여 개 달렸다. “회장님이 이끈 지 20년 만에 삼성은 더 크고 높은 곳으로 오르게 됐다” “대한민국에만 머무르던 우리에게 큰 꿈을 심어주었고, 그 꿈을 현실로 가져올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수빈/이선아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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