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콘조이웨알라 후보는 아프리카연합(AU) 44개국과 카리브해 연안국의 지지도 받고 있어 WTO 164개 회원국 과반의 지지를 확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WTO 사무총장 선출은 단순히 지지국 숫자가 아니라 전체 회원국 합의를 통해 이뤄진다. 유 본부장을 지지하는 미국의 입김 여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없진 않다.
WTO 사무총장 선출은 전형적인 국제정치 게임이다. 무역 이슈뿐 아니라 각국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외교·경제·안보 등 여러 이해관계를 감안해 지지 후보를 결정한다. 국제사회에서 후보국의 종합적 위상과 외교력이 사무총장 선출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 시점에서 사실상 ‘고립무원’ 신세가 된 한국의 외교 현실이 오버랩되는 것도 그래서다.
한·미 관계부터 그렇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부터 시작해 북한 핵문제, 방위비 협상 등에서 사사건건 꼬여버렸다. 징용 피해자 배상판결과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이어진 대일관계는 말할 것도 없다. 중국에는 ‘저자세 외교’를 펴왔지만 돌아온 것은 사드 보복과 방공식별구역 침범, 6·25 왜곡 등뿐이다. 미·중·일 3강 외교를 대북정책의 종속변수처럼 다루다가 사면초가 상황을 자초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대(對)EU 외교에 특별한 공을 들인 것도 아니다.
이들 나라와의 소원한 관계는 이번 선거에서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중국은 아직 입장을 안 밝혔지만 아프리카 전략과 미국 견제 등의 이유로 나이지리아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이미 등을 돌렸고, 미국은 한국을 지지하고 있지만 대통령 선거가 겹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도 있다.
강대국 표심이 회원국 컨센서스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유 본부장의 당선은 낙관하기 어렵다. 국제사회에서의 위상과 외교력은 하루아침에 결정되는 게 아니다. 이번 선거를 한국의 외교 현실을 냉정하게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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