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선도국가로 가자’며 지난해보다 8.5%나 늘린 또 한번의 ‘빚더미 예산’을 제시했다.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인 내년에도 공정·포용을 앞세운 재정 퍼붓기를 밀어붙이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작동 불가능한 소득주도 성장과, 현금 살포로 전락한 포용성장론으로 경제의 잠재력을 훼손하고 서민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몬 지난 3년의 실패를 되풀이할 소지가 다분하다.
대통령이 3분기의 성장률 플러스 전환을 ‘효과적인 정책대응’ 덕인 것처럼 말한 것도 염치없는 일이다. 반도체 자동차 등의 호조로 3분기 수출증가율이 24년 만에 최대를 기록한 원인은 정부가 적폐로 몬 기업들의 고군분투와 이웃한 중국 경제의 급성장에서 찾는 게 합리적이다. 정부는 수출 증대에 기여는커녕 경영에 간섭하고 발목 잡는 일에 몰두했을 뿐이다. 지겹도록 들은 ‘K방역’의 성과를 반복한 것도 부적절했다. 사회·지리적 환경이 유사한 대만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경쟁국보다 결코 나을 게 없는 상황에서 “K방역에 세계의 찬사가 쏟아진다”는 자랑은 과잉이다. 성급하게 코로나 종식 가능성을 언급하고 소비쿠폰을 뿌리다가 사태를 악화시킨 과오를 돌아보는 게 우선이다.
대통령은 공공일자리 103만 개를 만드는 등 재정을 더욱 적극적으로 운용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방향착오다. 막대한 예산을 들인 공공일자리 정책에도 저소득층 근로소득이 30~40% 급감했다며 민간 일자리 창출로 방향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한국경제연구원)이 어제도 나왔다. 160조원을 퍼붓는 한국형 뉴딜이라며 요청한 예산에도 간판만 바꾼 재탕 삼탕과 현금살포성 재정중독 사업이 수두룩하다.
실패한 정책을 밀고 나가는 것은 오기에 불과하다. 임대차 3법 시행을 전후해 부동산 시장이 혼란으로 빠져든 점은 외면한 채 “임대차 3법 조기 안착으로 전세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는 다짐은 얼마나 공허한가. 규제·노동개혁 없이 자화자찬으로는 “나라가 왜 이래”라는 목소리만 높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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