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분명히 특별출연으로 제안받았는데, 저도 계속 불러주셔서 감사했죠."
영화 '신과함께' 이정재, SBS '스토브리그' 조한선에 또 다시 특별출연의 새로운 예가 탄생하게 됐다. 2회 출연인 줄 알았지만, 현장에서 환상의 연기를 보여주면서 베테랑 안길호 PD, 하명희 작가의 맘을 사로잡으며 tvN '청춘기록' 16회 마지막회까지 출연한 배우 김건우다.
첫 등장부터 박보검의 뺨을 시원하게 갈기는 것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김건우는 극중 톱스타 박도하의 안하무인 행동을 미워할 수 없는 귀여움으로 소화하면서 시청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비중으로 보나, 연기력으로 보나 누가 봐도 신스틸러 조연이었지만, 김건우의 이름은 '특별출연'으로 기재돼 있어 방영 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건우 역시 "전 특별출연으로 나와달라는 얘길 들었다"며 "대본에 제 이름이 계속 나오는 걸 보면서 놀랍고, 감사했다"면서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이어 "'청춘기록'은 처음부터 끝까지 감사한 마음 뿐인 작품"이라며 "곳곳에서 들려오는 반응을 통해 이 작품이 사랑받고 있는 걸 실감한다. 그런 작품에 출연해서 기분이 좋고,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작품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청춘기록'은 현실의 벽에 절망하지 않고 스스로 꿈과 사랑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청춘들의 성장 기록 드라마다. 김건우가 연기한 박도하는 주인공 사혜준(박보검)보다 먼저 꿈을 이룬 또 다른 청춘 스타다. 안하무인에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가졌지만 누구보다 눈치가 빠르고 이해 관계를 잘 파악하면서 극의 갈등을 불어넣었다.
사혜준이 꿈을 키우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청춘기록'에서 매 회 활약을 이어갔다.
"이전부터 안길호 감독님, 하명희 작가님의 작품을 즐겨 보면서 팬이 됐어요. 그런 분들이 불러주시니 당연히 한다고 했어요. 물론 톱스타라는 설정에 살짝 '멈칫'하긴 했어요.(웃음) '유명하지 않은 제가 톱스타 느낌이 날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2번만 나오면 된다고 하시기에 '뭐 그럼 연기만 잘하면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준비했죠."
첫 촬영을 끝낸 후 계속 현장에 김건우가 나타나자, 안길호 PD도 "이제 어디가서 네가 '특별출연'이라고 말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다들 정말 잘해주셨어요. 제가 특별출연이니 좋은 기억만 갖고 갈 수 있도록 더 잘해주셨던 거 같아요. 그런데 계속 오니까, 또 계속 잘해주시더라고요.(웃음) 특히 (박)보검이는 말해 뭐하겠어요. 배려의 아이콘이었어요.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쳐서 '아, 이게 선한 영향력이구나' 싶었죠. 저와 계속 합을 맞춘 이태수 대표 역의 이창훈 선배는 실제론 굉장히 착한 분이세요. 많이 도와주셨어요. (변)우석도 잘해주고요."
박도하는 설정만 놓고 보면 야비하고, 폭력적이며, 짜증을 유발하는 인물이다. 드라마 데뷔작 KBS 2TV '쌈, 마이웨이'에서 동만(박서준)의 라이벌 탁수 역으로 시청자들의 공분을 자아냈던 김건우는 박도하를 통해 밉지만 밉지 않은 스타의 모습을 연기해 냈다.
"솔직한 감정으로 우러나오는 짜증이나 화를 어린 아이의 감정처럼 봐주신 거 같아요. 제가 보기에도 도하는 뇌가 순수한 아이 같더라고요. 배고픔을 표현할 때에도 '아, 배고파'하는게 아니라 뒤를 늘려서 '배고파아'하는 식으로 일부러 말하기도 했고요."
'쌈, 마이웨이' 출연 후 종영인터뷰에서도 "박서준 배우를 어떻게 빛나게 할 지 고민하며 연기했다"던 '천상 배우' 김건우는 이번에도 역시 상대역이 어떻게 하면 돋보일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연기는 모두가 함께하는 것"이라는 연기관을 갖고 있었기에 가능한 사고였다. '청춘기록' 역시 "그때그때 좋은 도우미가 되자"는 각오로 임했다고.
이제 겨우 데뷔 3년인 배우라 하기엔 깊은 내공이 돋보이는 김건우는 "저 역시 사혜준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털어 놓았다.
"고등학교 때 친구 따라 연기학원에 갔다가 처음 연기를 시작했고, 삼수를 해서 대학에 붙었어요. 저 역시 수많은 오디션을 봤고, 10개 중 1개 붙으면 다행인 경험을 했죠. 집에서 '그럴 거면 군대나 가라'는 말을 저도 들었어요.(웃음) 전 군대를 다녀왔으니, 이제 열심히만 하겠습니다."
데뷔 전, 많은 작품 오디션에서 떨어지면서 자책하던 시간들도 있었다. 스스로의 외모를 비하하거나, 성격이 이상하다고 자신을 괴롭힌 것.
그때 '청춘기록' 사혜준을 위로하던 짬뽕엔터테인먼트 대표 이민재(신동미)처럼 현 소속사 대표가 그를 위로해줬다고. "네가 못하는 게 아니라 기본 설정 자체가 너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해주던 대표의 말이 김건우를 다시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고.
"호불호가 있다"며 단점으로 느껴졌던 외모가 "다채로운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얼굴"이라고 장점이 느낄 수 있게 됐다.
"제 얼굴은 어떻게 보면 어떻게 보면 바보 같아요. 그게 연기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스펙트럼을 넓히는 거 같아요. 저를 아는 분들도 '어디서 봤던 재밌던 애', '쟤가 여기선 어떤 연기를 보여주려나' 궁금함을 주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전 제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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