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분할에 반대표를 행사하겠다고 나서면서, 그간 분사를 강하게 반대해 온 개인투자자들에게 힘이 실렸다.
28일 오전 10시20분 현재 LG화학은 전날보다 5000원(0.79%) 내린 62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 초반 64만7000원까지 올랐지만, 하락 전환했다. 전날 LG화학의 지분 10.20%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배터리 부문 분사에 반대하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전날 제16차 위원회를 열고, LG화학 주주총회에서 다뤄질 분할계획서 승인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했다. 국민연금은 "분할계획의 취지 및 목적에는 공감하지만, 지분가치 희석 가능성 등 국민연금의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개인투자자들도 국민연금 결정에 "속 시원하다"는 입장이다. 한 개인투자자는 "국민연금의 결정에 찬성한다. 국민연금은 진작 견제를 했어야 한다"며 "물적분할 결정하면서 소액주주들에게 LG화학 구주에 있을 지 자회사로 넘어갈 지 선택권을 주던가 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투자자도 "국민연금이 민심을 읽고 반대편에 섰다는 것 자체에 LG화학이 엄청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개미들은 지난달 17일 LG화학의 전지사업부 물적 분할 발표에 12거래일 순매도했다. 이 기간 팔아치운 주식만 총 8950억원(136만7348주)에 달한다. 이후 LG화학이 2022년까지 주당 1만원 이상 배당금을 지급하는 주주 환원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개미들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 15일부터 전날까지 개미들은 LG화학의 주식 3199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LG화학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ISS와 국내 한국기업지배연구원 등도 대부분 찬성한 사안인데 국민연금의 반대 의견은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분할은 배터리 사업을 세계 최고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육성, 주주가치와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것으로 주주총회 때까지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까지 배터리 분할 반대에 나섰지만, 해당 안건은 LG화학 주주총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외국인 투자자는 찬성의견을 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돼서다.
LG화학은 LG 등 주요주주가 30.07%(우선주 포함)를, 외국인 투자자가 37.04%, 기타 개인 및 기관이 22.62% 각각 보유하고 있다. LG화학이 배터리 분사를 의결하기 위해서는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전체 주식의 3분의 1 이상 찬성해야 한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국제의결권자문기구)를 비롯해 한국기업지배연구원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대부분 찬성의견을 냈다는 점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은 ISS 권고 등을 준용해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다.
LG화학은 지난 20일부터 배터리 부문 분사에 대해 주주들을 상대로 전자투표를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30일 주주총회에서 분사 여부를 최종 의결한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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