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사고 팔 때 내는 양도세 부과 기준을 놓고 정부와 여당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야당 의원들이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을 조속히 개정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과세 기준일이 되는 연말로 다가갈 수록 증권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때문이다.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사진)은 28일 “주식 양도세 부과의 기준일인 올 연말까지 불과 두 달여 남았는데 여당과 정부는 아직도 양도세 부과 기준을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수백만명의 개미 투자자들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상임위(기재위원회) 법안심사 소위를 열어 다음달 국회에서 소득세법을 통과시키는 방안을 여당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 의원은 소득세법을 다루는 기재위의 국민의힘 측 간사다.
같은 당 예결위원회 간사인 추경호 의원(사진)도 “홍남기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최근까지도 이 문제를 두고 공개적으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정부 측 대안을 기다릴 필요 없이 여야가 합의해 11월 중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식 매매 양도세를 부과하는 대주주의 기준은 올해 10억원에서 내년 3억원으로 낮아진다. 이런 기준은 2017년 소득세법 시행령 개편으로 확정됐다. 하지만 정부가 오는 2023년부터 주식 양도 소득세 대해 전면 과세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후 논란이 시작됐다. “오는 2023년부터 주식 양도세를 전면 과세하는데 굳이 2년간 혼란을 부추길 필요가 없다”(고용진 민주당 의원)는 이유때문이다. 전면 과세시 허용되는 비과세 기본 공제(5000만원)나 연간 소득과 손실을 합산해 순이익에만 세금을 매기는 ‘손익통산’ 제도 등이 빠진 것도 불만이다. 여당은 투자자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대주주 기준을 ‘10억원’과 ‘3억원’의 중간 단계인 ‘5억원 이상’으로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홍남기 부총리가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여야가 상위법(소득세법)을 고쳐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원으로 두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도 여전히 기존 시행령을 고집한다는 것이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재정준칙, 긴급재난지원금 등 사례를 볼 때 홍남기 부총리가 고집을 부려 성사된 건이 있었냐”고 반문하며 “쓸데없이 고집을 부리면서 정부 발표를 믿고 있는 투자자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은 연말 개미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 물량 등에 대한 부담으로 약세를 띄고 있다. 인터넷 주식 동호회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이 “연말 대주주들의 주식 매도에 대비하라”, “기재부 발표를 믿고 주식을 팔아도 되는 거냐” 등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대주주 기준 3억원이 부당하다’며 홍 부총리의 해임을 요구한 청와대 국민청원에 참여한 인원은 이날 기준 21만5000명을 웃돌았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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