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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9호선에 8량 열차를 도입하려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8량 열차 도입을 위해 투입되는 시설 투자비 등에 비해 얻어지는 편익이 터무니없이 적어 "경제성이 없다"는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서다. 서울시는 6량 열차를 유지하는 대신 운행 편수를 늘리고, 배차 간격을 줄여 '지옥철'로 불릴 만큼 악명 높은 9호선의 열차 내 혼잡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8량 열차 도입에 따른 편익은 투자 비용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40년 운영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투자 비용은 3396억원에 달하지만 이를 통해 얻는 편익은 605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적 타당성(B/C)은 0.18에 그쳤다. 일반적으로 철도사업은 B/C가 1.0을 넘어야 사업성이 있어 추진 가능하다고 보는데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가 나온 것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8량으로 열차를 늘리면 단순히 열차를 이어붙이는 것뿐만 아니라 열차 운영에 필요한 제반 시설을 모두 손봐야 해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며 "열차 대기시간이 줄어들고, 열차 내 쾌적도가 높아지는 등 시민들이 얻게 되는 직간접적인 편익을 고려하더라도 경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곡소사선과 신림경전철, 신안산선 등 9호선 연계 노선이 줄줄이 개통을 기다리고 있는 데다, 2028년 9호선 4단계(보훈병원~고덕강일지구) 연장도 예정돼 있어서다.
서울시는 경제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8량화를 무리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6량 열차를 증차해 열차 혼잡도를 해소할 계획이다. 6량 열차를 늘려 배차 간격을 줄이면 제반 시설 개량 없이도 열차 혼잡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6량 열차 증차는 8량 열차 도입과 비교해 열차 운영의 효율성도 높다. 승객들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에만 열차를 촘촘하게 배치하는 등 탄력적인 운영이 가능해서다.
서울시는 우선 2023년까지 6량 열차 다섯 편을 증차하기로 했다. 현재 서울시는 9호선에 45편의 열차를 투입하고 있다. 9호선이 인천국제공항까지 연결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5년에 네 편, 2028년 9호선 4단계 개통 시기에 세 편을 증차하는 중장기 계획도 세웠다. 9호선은 6량 열차를 최대 84편까지 편성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서울시는 열차가 84편으로 늘어나면 출근시간 9호선 급행열차의 혼잡도가 123.9%까지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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