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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수술 후 암세포가 완전히 제거됐는지 곧바로 확인하는 것은 의사들에게 꿈 같은 일이다. 잘라낸 세포 일부를 확인하는 조직 검사는 시간이 오래걸리다보니 결과가 나올 때까지 환자의 몸을 연채 기다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빔테크놀로지는 의학계의 난제를 생체 현미경 기술과 딥러닝 등 인공지능(AI) 기술로 해결하고자 나선 스타트업이다.
김필한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대표)가 2017년 설립한 아이빔테크놀로지는 세계 최초로 동물을 대상으로 한 일체형 생체 현미경 상용화에 성공해 주목 받는 업체다. 살아있는 동물의 내부 조직에서 움직이는 세포와 약물을 고해상도로 관찰하는 초고속 레이저 현미경 기술이 이들이 가진 원천 기술이다.
이들이 개발한 생체 현미경은 이미 대웅제약, 파멥신,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 펩트론 등 다수의 바이오 기업의 전임상 단계 실험에 활용되고 있다. 약물 투입 후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시간대별로 실험 동물들의 희생이 필요했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살아있는 한 생명체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분석 가능하게 해 업계의 큰 호응을 얻은 기술. 아이빔테크놀로지는 미래에셋벤처투자, LB인베스트먼트, 에이티넘파트너스,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 대형 벤처캐피탈(VC)들로부터 110억원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이 기술을 인체에 적용한다는 것이 아이빔테크놀로지가 풀고자 하는 숙제다. 최근 회사는 잠재력을 인정 받아 정부가 추진하는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에 선정됐다. 4년 간 7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 받아 카이스트, 분당서울대병권, 단국대병원, 건양대병원과 함께 암환자 수술용 생체 현미경을 개발한다.
사람을 살리는 수술에 쓰이는 생체 현미경 개발은 동물에 비해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어렵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임상 실험은 동물 실험에 비해 몇 배 이상의 정확도와 안정성이 요구된다"며 "고해상도의 영상을 취득하는 기술 뿐 아니라 살아있는 세포의 움직임을 보정하고 결과를 분석하는 딥러닝 알고리즘까지 다양한 기술이 결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빔테크놀로지는 기술력이 입증된 동물용 생체 현미경의 본격적인 매출 실현과 인체용 신기술 개발이란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다. 장비 가격이 수억원에 이르는만큼 CRO(임상실험수탁기관)사업도 병행한다. 김 대표는 "신약연구개발에서 전임상 단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라며 "연구개발 기기에서 의료기기로의 확장을 통해 목표 시장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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