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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회에 계류 중인 상법개정안을 원안대로 밀어붙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 논란’까지 일고있지만 정부와 여당은 원안 통과를 고수하고 있어 재계와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여권과 법무부는 상법개정안과 집단소송제법 제정안을 놓고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법 조항을 수정할 만한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태스크포스(TF)에 요청한 상법 개정안 관련 첫 공개 토론회도 지금은 개최 여부가 확실치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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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다중대표소송제 신설, 감사위원 선임 시 3% 의결권 제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국내 기업 생태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것을 우려해 차등의결권과 같은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을 함께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 경제계 인사는 “기업 규모별로 법안 적용에 차등을 두거나, 유예 기간을 주거나, 혹은 다중대표소송제 대상을 지분 100% 보유 자회사에 한정하는 등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하지만 다섯 번의 만남에서도 정부와 여당이 한 치의 양보가 없어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재계에 따르면 자회사를 보유한 상장사의 86.1%는 중소·중견기업이다. ‘공정경제’를 강조하지만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을 겨냥한 법안이란 지적이다.
모회사의 지분을 가진 주주가 자회사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도 자회사 주주에 대한 주주권 침해라는 측면에서 법률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법개정안에서는 상장한 모회사의 지분을 0.01%(일반 모회사 1%)만 보유해도, 그 모회사가 지분 50% 이상을 갖고 있는 자회사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견기업연합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경우 0.01% 지분을 취득하는 데 드는 비용은 최소 135만원이다. 누구나 쉽게 소송에 필요한 지분을 사들일 수 있기 때문에 소송이 남발될 가능성이 크고, 결국 자회사 ‘개미’ 주주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상법개정안이 ‘배임죄’라는 큰 전제를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상법 전문 변호사는 “헤지펀드에서 원하는 사람이 이사로 들어와서 내부 정보를 받아보고 배임으로 고소하면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겠나”라며 “해당 법안이 기업활동을 장려하자는 건지 분란을 일으키자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안효주/남정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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