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망 사용료 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원고인 넷플릭스는 콘텐츠 사업자(CP)가 망 사용료를 별도로 낼 의무가 없으며 특히나 접속료가 아닌 전송료는 지급하지 않는 것이 확립된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 SK브로드밴드는 그런 원칙은 하나의 학설에 불과하며 망 사용료에는 접속료와 전송료가 모두 포함되니 넷플릭스가 이를 내야 한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제20민사부 (부장판사 김형석)는 30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망 사용료 소송의 첫 번째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사건명은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다. 넷플릭스에게는 서비스와 관련한 네트워크 운용·증설·이용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날 넷플릭스 측 대리인은 망 사용료를 내라고 하는 SK브로드밴드의 주장은 자신의 책임을 넷플릭스 쪽에 떠넘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대리인은 "가입자가 요청한 콘텐츠를 전송하는 것은 인터넷사업자(ISP)의 업무"라며 "자신의 업무에 필요한 전송료를 원고에게 요구하는 것은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접속료는 지급하되 전송료는 지급하지 않는 것이 인터넷의 기본 원칙"이라며 "어느 국가에서도 정부나 법원이 전송료 지급을 강제한 경우가 없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 측 대리인은 넷플릭스가 망 품질을 위한 것을 모두 국내 인터넷사업자(ISP)에게 떠넘기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인터넷사업자(ISP)로서는 이용자로부터 이용료를 받고 콘텐츠사업자(CP)로부터는 망 사용료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며 "원고측은 망 중립성의 원칙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측이 주장하는 '인터넷의 기본 원칙'도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해당 주장은 2009년 미국의 한 학자가 출간한 책에서 나온 내용일 뿐이고 초기 인터넷 시장에나 적용 가능한 논리"라며 "망 이용대가에는 기본적으로 접속료나 전송료가 모두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미국 워싱턴 연방항소법원에서도 인터넷사업자(ISP)는 콘텐츠사업자(CP)로부터 정상적인 이용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판례가 나왔다"며 "다음기일에 해당 판례를 제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망 사용료가 무료라는 원고 측 주장과 망 중립성 원칙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정리해달라고 원고 측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서면에 따르면 망 중립성이란 합법적인 트래픽을 차단하거나 우선처리하는 등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원칙"이라며 "이런 원칙과 망 사용료는 무료라는 주장 사이에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으니 서면으로 정리하라"고 말했다.
또 재판부는 현재 원고와 피고가 도쿄 및 홍콩에서 연결돼있는 세 가지 접속 유형, 그리고 SK브로드밴드가 지난해 11월 방송통신위원회에 낸 재정신청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한편 SK브로드밴드 측은 이날 반소를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반소란 민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다시금 소를 제기하는 것을 뜻한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