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개미, 3200조원 몰려…IPO 역사 바꾼 앤트그룹

입력 2020-10-30 17:05   수정 2020-10-31 01:09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그룹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이 상하이증시 상장을 앞두고 시행한 일반공모에서 19조500억위안(약 3221조원)의 자금이 몰렸다. 앤트그룹은 30일 홍콩증시에서도 일반공모를 마칠 예정이어서 전례 없는 공모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앤트그룹은 전날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설립된 기술주 중심의 커촹반(과학혁신판) 상장을 위한 일반투자자 공모를 했다. 515만5600명이 참여해 2769억 주를 사겠다고 신청했다. 중국 인터넷 매체 펑파이는 상하이증시 공모가인 1주당 68.8위안(약 1만1600원)을 대입해 계산한 결과 19조500억위안이 몰려든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공모 신청 금액은 중국 증시 사상 최대 규모다. 다만 커촹반은 개인투자자가 참여하려면 주식 자산 50만위안(약 8500만원) 이상 보유 등의 자격을 갖춰야 하는 대신 공모주 청약 과정에서 증거금을 받지 않는다. 증거금을 요구하는 다른 증시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자격 요건이 까다로운 커촹반에 개인투자자가 500만 명 넘게 몰린 것 역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앤트그룹의 커촹반 일반공모 주식 수는 기관투자가 물량까지 포함한 총 16억7000만 주의 18.3%인 3억5100만 주다. 일반공모 주식 수 대비 신청 물량인 청약 경쟁률은 872배에 달했다. 배정률은 0.13%로, 1만 주(1억1600만원어치)를 신청하면 13주를 받는다는 뜻이다.

앤트그룹이 동시 상장을 추진하는 홍콩증시의 일반공모 신청 규모도 200조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홍콩 증권거래소는 증거금을 받기 때문에 홍콩 주요 증권사들은 대규모 증거금 대출 신청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고객 유치에 나서기도 했다. 홍콩증시 청약은 이날 마무리돼 31일께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앤트그룹은 상하이증시 커촹반과 홍콩증시에서 각각 16억7000만 주의 주식을 발행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주당 공모가는 68.8위안과 80홍콩달러다. 앤트그룹은 상하이·홍콩증시 동시 상장을 통해 세계 증시 사상 최대 기업공개(IPO) 규모인 318억달러(약 35조9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청약 자금 대규모 유입에 따른 추가 발행 옵션까지 행사하면 40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세운 최대 기록인 294억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앤트그룹은 투자설명서에서 조달한 자금의 70%를 기술혁신(40%)과 핀테크 역량 강화(30%) 등 연구개발(R&D)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자금 중 20%는 운영자금으로, 10%는 글로벌 협력 강화에 쓴다는 계획이다.

앤트그룹은 작년 11월 11일 광군제(중국 최대 쇼핑 행사)에서 1초에 45만9000건의 결제를 처리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세계 1위 카드업체인 비자의 1초 거래 역량은 6만5000건 안팎이다.

앤트그룹의 출발점은 2003년 알리바바가 도입한 결제 대행 시스템인 알리페이다. 알리페이는 구매 대금을 받아놓고 구매자가 물건을 수령한 뒤 결제를 승인하면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온라인 거래 신뢰도를 높였다. 2011년 별도 법인으로 독립했다. 이후 소액대출과 자산운용, 보험 등 금융업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올 상반기 기준 매출 725억위안의 39.4%가 소액대출에서 나왔다. 상장 후 앤트그룹에 대한 알리바바의 지분율은 32%에서 27%로 내려간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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