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M&A…위기에 빠진 삼진그룹, 기업규제 3법 통과 땐 암울

입력 2020-10-30 17:08   수정 2020-10-31 01:36

영화 속 삼진그룹은 글로벌캐피털이라는 헤지펀드에 적대적 인수합병(M&A)될 위기에 놓인다. 글로벌캐피털은 페놀 유출 사고를 조작하고, 이로 인해 주가가 떨어진 삼진그룹 주식을 대규모로 사들여 지분을 늘린다. 이 헤지펀드의 최종 목표는 삼진그룹을 일본 회사에 되파는 것. 이를 통해 번 돈으로 다시 다른 한국 기업을 사겠다는 계획까지 세워두고 있다.


물론 영화에서는 자영(고아성 분)과 동료들의 노력으로 이 같은 시도가 좌절된다. 실제는 어떨까.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통합감독법 제정안)으로 글로벌 헤지펀드의 공격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의 내용이 담긴 상법 개정안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는 각 기업이 독립적인 감사위원을 별도로 선임할 때 오너 일가를 포함한 대주주 지분율과 상관없이 의결권을 일정 한도로 묶는 제도다. 보통 이사회에서 선출되는 기업 감사위원 중 한 명 이상을 이사회와 분리해 선출하도록 하고, 선출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산총계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적용된다. 대주주의 영향력은 과거보다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엘리엇매니지먼트 소버린 등 글로벌 헤지펀드가 삼성 현대자동차 SK그룹 등을 공격했던 과거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30대 그룹 상장사 93곳(자산 2조원 이상)을 대상으로 국내외 투자가 지분율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가 도입돼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면 30대 그룹 93곳 중 32곳(34.4%)의 해외 기관투자가 의결권 지분율은 국내 투자가 지분율을 넘어섰다. 세 곳 중 한 곳은 해외 기관투자가가 선호하는 감사위원을 선임해야 하는 셈이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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