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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체를 운영해 부를 일군 50대 A씨. 그동안 ‘남의 일’으로 취급해 온 국제 뉴스가 최근 들어선 눈에 밟히는 일이 잦다.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심상치 않고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이 패권 전쟁으로 번질 조짐이다. 이런 일이 나와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A씨의 자산 운용 원칙은 안전제일. 대부분 자산을 부동산과 예금 등 ‘원화’로 갖고 있었고, 국내 초우량주 말고는 주식 투자도 거의 하지 않았다. 은행의 프라이빗뱅커(PB)는 이제라도 글로벌 자산 배분 관점에서 외화 자산을 보유하는 게 좋겠다고 했고, A씨는 결국 10만달러 규모의 달러 예금에 가입했다. A씨는 “달러 예금에 들고 나니 왠지 든든한 기분이 든다”며 “국내 대형 연기금들도 최소 20~30%의 자산은 외화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고, 코로나19 재확산과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세계 경기가 요동칠 수 있다는 설명이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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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예금은 환율에 민감하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달러 예금도 폭증한다. 같은 원화로 더 많은 달러를 구매할 수 있어서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0원대 초반으로 떨어진 지난 10월 한 달간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40억달러(지난달 26일 잔액 기준) 넘게 불어났다. 올 들어선 연초 잔액(424억달러)의 4분의 1이 넘는 101억달러가 증가했다.
IMF 외환위기 시절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800원대에서 1300원까지 폭등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외환시장은 최저점 대비 연중 고점 환율이 60% 이상 높아지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펼쳐졌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40원에 달하기도 했다. 당시 달러화를 보유하고 있던 사람은 큰 차익을 누릴 수 있었다.
최근에는 환차익보다 달러의 교환 가치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래의 해외여행, 자녀 유학 등에 대비해 달러로 자금을 모으고, 미국 정보기술(IT)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증권사에 계좌를 터두는 게 30~40대 사이에서 일반화됐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를 통해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에도 투자해볼 만하다. 일정 가격으로 달러화 표시 채권을 사고팔아 낸 수익률로 약정 이자를 지급한다. 이자율은 연 0.5%가량이다. 해외 주식을 담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보험료 납입과 지급이 달러화로 이뤄지는 달러 보험도 있다. 올 상반기에만 7575억원어치가 팔릴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 가입 기간에 내야 할 보험료가 늘고, 만기 시점에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환차손을 볼 수도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만기 조절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희정 농협은행 NH올백자문센터장은 “달러화 자산은 자산 배분의 기본이지만 단기 투자는 환차손 우려가 크다”며 “현시점에 자산 배분을 목적으로 달러 예금에 가입한다면 달러 가치가 더 떨어질 가능성을 가정하고 분할 매수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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