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SK그룹 8개사가 2050년까지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필요한 전력을 100% 조달하기로 했다. 대규모 전력 공급이 필수인 반도체 공장에서도 재생에너지로 모든 전력을 충당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100% 사용’은 최태원 SK 회장이 강조해온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활동의 하나다. ESG를 기업경영의 새로운 핵심축으로 삼겠다는 최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청서를 내면 런던 본사의 검토를 거쳐 가입이 최종 확정된다. 가입 후 1년 안에 이행계획을 제출하고 매년 이행상황을 점검받게 된다.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2030년 60%, 2040년 90%로 단계적으로 끌어올려야 가입 자격이 유지된다.
국내 기업이 RE100에 가입신청서를 공식 제출하는 건 SK그룹이 처음이다. 국내엔 아직 재생에너지를 따로 선택해서 구매하는 제도가 없다. 또 재생에너지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아 산업 부문의 사용 비중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이런 부담 때문에 그동안 RE100 참여를 공식 선언한 기업이 없었다.
SK그룹 8개 계열사는 우선 △한국전력이 도입할 녹색요금제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 체결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지분 투자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투자하면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8개 가입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SK이노베이션, SK E&S, SK가스 등 정유·석유화학·가스 부문 계열사는 자체적으로 RE100에 준하는 목표를 세우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지난달 열린 ‘2020년 CEO 세미나’에서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ESG에 기반을 둔 성장 스토리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회장은 지난 9월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ESG를 기업 경영의 새로운 축으로 삼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SK그룹은 정부가 추진하는 성장전략인 그린뉴딜을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월 초 그린뉴딜 정책간담회를 열어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RE100 가입을 독려했다. SK그룹의 이번 가입을 계기로 다른 기업의 RE100 가입이 확산될 전망이다.
글로벌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RE100 가입이 수출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연합(EU)이 최근 탄소국경세 도입을 검토하는 등 국제사회는 친환경 규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으로선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RE100과 같은 친환경 경영 도입은 필수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 RE100 =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 기업들이 2050년까지 사용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도록 하자는 캠페인 이름이다. 캠페인에 가입한 기업의 연합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2014년부터 캠페인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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