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와 케이트스페이드 등 핸드백을 생산하는 미국 패션업체 태피스트리는 지난 6~9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여성들의 핸드백 구매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태피스트리는 핸드백 하나당 평균 매출이 전 분기 대비 25%가량 증가했다. 북미시장은 증가율이 20%에 달했다. 태피스트리 관계자는 “가방 수요가 늘어 할인 행사도 확 줄였다”며 “핸드백이 할인 없이 비싼 가격에 팔리다보니 매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큰 가방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도 매출 증가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손 세정제와 소독 티슈 등 들고 다니는 위생품이 많아지면서 공간이 넉넉한 가방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컨설팅업체 SW 리테일어드바이저의 스테이시 위들리츠 대표는 “빅백(big bag)의 시대가 돌아왔다”며 “가방이 코로나19로부터 나를 지키는 생명줄이 됐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핸드백 매출이 늘어난 패션업체는 태피스트리뿐 아니다. 유럽 명품업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올 3분기(7~9월) 패션 및 핸드백 부문 매출은 전분기보다 12% 증가했다. 상반기에 패션·가죽제품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37%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3분기 들어 소비자의 수요가 살아났다는 해석이다. 반면 LVMH의 대표 사업 중 하나인 시계와 보석 부문 매출은 작년 3분기 이후 1년 새 14% 감소했다.
‘버킨백’과 ‘켈리백’으로 유명한 에르메스는 올 3분기 18억유로의 매출을 올렸다. 1년 전보다 6.9% 증가한 것으로 시장의 예상치를 약 1억유로 웃돌았다. 에르메스가 좋은 실적을 거둔 것은 핸드백의 희소성이 높은 데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관광객 매출 의존도도 높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데보라 앳킨 블룸버그 애널리스트는 “에르메스는 4분기에도 매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에르메스 회복세는 명품업계에 청신호”라고 평가했다.
명품 업체들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판매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태피스트리는 백화점 의존도를 빠르게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에르메스의 경우 온라인 매출이 프랑스 파리 포부르 생토노레에 자리한 플래그십스토어 매출을 뛰어넘었다. 에르메스 관계자는 “온라인 고객 가운데 85%가 새로 유입된 고객”이라며 “온라인 때문에 매장 매출이 줄어드는 잠식 효과도 없었다”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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