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개성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폭하 이후 주춤하던 북한의 대남(對南) 비난이 9월 이후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대남 영향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2일 북한 관영매체 및 선전매체를 분석한 결과, 월별 북한 대남 비난 건수는 6월 500건, 7월 19건, 8월 11건, 9월 25건, 10월 30건(30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북한이 남북 통신연락선을 끊고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6월의 대남 비난 건수는 500건에 달했다.
그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23일 노동당 군사위원회 예비회의를 열고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보류'하기로 결정한 이후에는 대남 비난 메시지는 자제됐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8월 25일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업무보고를 통해 "7월 북한의 대남 비난 건수가 올해 들어 최저인 17건"이라며 북한의 '군사행동 계획 보류' 조처 이후 "대남 메시지 없이 관망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시기에는 주로 선전매체 중심으로 한미 동맹과 한미 연합훈련 관련 남측 언론 기사를 인용해 비난하는 형태를 보였다.
그러다 미국 대선을 앞둔 9월과 10월에는 대남 비난 건수가 늘었다. 9월에는 25건, 10월(30일 기준)에는 30건으로 나타났는데, 대남 비난 메시지가 소강 상태이던 8월에 비하면 약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최근까지도 대남 비난 보도는 이어졌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0일 서해 피격 사건에 대해 "남측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국내 보수 세력을 겨냥해 비난을 가했다. 정부나 청와대가 아닌 보수 세력을 비난한 것인데, 보도 제목도 '남조선 보수 패당의 계속되는 대결 망동은 더 큰 화를 불러오게 될 것이다'라고 썼다.
지난 29일에는 조선중앙통신이 '리경주'라는 개인 필명의 기사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방미 행보에 대해 "얼마 전 남조선의 청와대 국가안보실 실장이란 자가 비밀리에 미국을 행각하여 구접스럽게 놀아댔다"고 폄훼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 대선 이후 한미관계, 향후 한미 간 대북정책의 공조 문제 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대선과 내년 초 예정된 북한 노동당 제8차 당대회를 앞두고 일종의 간보기를 하듯 남측에 메시지를 던진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직접적인 청와대나 정부를 저격한 메시지보다 한미 동맹이나 야당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아 남북 관계의 완전한 파국을 원한다기보다는 복원의 여지를 일부 남겨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한미 관계에 대한 잦은 비난은 미국의 의존하지 말고 남북관계의 자율성을 확보하라는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읽힌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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