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국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하 국민소득)은 3만1000달러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에 비해 약 1114달러(3.4%) 감소한 금액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한 해 동안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수로 나눈 것이다.
1953년 1인당 국민소득 66달러로 최빈국이었던 한국은 2017년(3만1734달러) ‘3만달러 시대’를 열면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자축했다. 2018년(3만3434달러)까지도 늘었던 1인당 국민소득은 2019년 3만2114달러로 2018년보다 4.3% 줄었다. 올해는 3만1000달러 수준으로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년 연속 감소한 것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53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8년(-11.2%), 2009년(-10.4%) 때가 유일했다.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는 것은 이를 구성하는 실질 경제성장률, 물가(GDP디플레이터), 원화 가치 등 세 가지 지표가 모두 작년 대비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올해 한국은행이 전망한 경제성장률은 -1.3%이다. 국민 경제의 종합적인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GDP디플레이터(명목 국내총생산을 실질 국내총생산으로 나눈 값)는 올 상반기에 0.3%로 나타났다. 이 같은 변수를 단순적용하면 원화로 환산한 1인당 국민소득이 작년에 비해 1%가량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올해 평균 원화가치도 작년에 비해 하락했다. 올해 1월2일~10월30일까지 평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95원34전이다. 이 같은 원화가치는 작년 평균(1166원)보다 2.5%가량 하락한 것이다. 성장률, 물가, 원화가치가 나란히 떨어지면서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은 3만1000달러가량으로 산출됐다.
이처럼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은 3만달러는 유지될 전망이다. 3만달러를 밑돌려면 단순계산으로 올해 남은 기간인 11월1일~12월31일 평균 원·달러 환율이 1429원53전을 기록해야 한다.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올해 최고가 환율(3월19일, 1285원70전)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말까지 환율이 1110~1150원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올해 초 코로나19 충격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밑돌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3만달러를 간신히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에는 원화 강세의 영향이 컸다. 올 9월 들어 원화가 강세를 보인 영향도 작용한 것이다.지난 9월4일(1189원60전)에 1190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이후 내림세(원화가치 강세)를 보이면서 현재는 1130원 안팎 수준을 맴돌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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