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내년 살림살이 40조원 '역대 최대'

입력 2020-11-02 16:29   수정 2020-11-02 16:34


서울시가 40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쉽사리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방역체계 강화와 민생경제 회복을 지원하는 데 방점을 뒀다. 하지만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될 새 서울시장의 공약과 시정방향에 따라 주요 사업에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5개월짜리 단기 계획안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21년 서울시 예산 40조479억원…올해보다 5천억 증가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안을 40조479억원으로 편성해 지난달 30일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고 2일 발표했다. 올해 예산 39조5359억원 보다 5120억원(1.3%) 늘어난 규모로 사상 최대다. 기금 등 특별회계를 제외한 일반회계 기준으로 시민 1인당 예산액은 277만원에 달한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시민 일상의 안전을 담보하고 민생경제를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예산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공시지가 인상에 따른 부동산 관련 세입이 증가해 채무를 크게 늘리지 않고 자금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 세입은 총 20조237억원으로 올해보다 4713억원(2.4%)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내년 거둬드릴 취득세는 5조589억원으로 올해보다 늘어나고, 지방소득세(5조1964억원), 지방소비세(1조8243억원) 등은 경기침체 여파로 더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시가 계획한 내년 지방채 발행 규모는 2조2300억원이다. 올해 발행계획 3조원보다는 감소한 규모다. 서 권한대행은 “예산대비 채무비율을 행정안전부 지침인 25% 기준에 부합하도록 관리하고 있다”며 “내년 재정 건전성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예산대비 채무비율은 지난해 17.06%에서 올해 말 19%(추정치)로 늘어나고 내년에도 올해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방역 강화·민생경제 회복 '집중'
서울시는 내년에도 코로나19 사태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방역체계 강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보건마스크 113만 개 등 방역물품을 비축하고, 무료 예방접종을 확대 실시하는 등 '감염병 상시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958억원을 투입한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과 건강 취약계층이 이용하는 복지시설 방역 비용으로도 447억원을 배정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민생경제 회복을 지원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입한다. 일자리 예산에만 2조1576억원을 편성해 직·간접 일자리 39만3575개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소상공인 지원 및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정책도 이어간다.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상인들의 오픈마켓 입점과 온라인 배송 시스템 구축 등 온라인 판로개척 지원 사업에 28억을 투입할 예정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예산도 마련했다. 비대면 산업 활성화에 발맞춰 국제회의 등 각종 비대면 행사가 가능한 화상회의 스튜디오를 조성하는 데 18억원을 편성했다.

올해에 비해 내년에 예산을 가장 많이 늘린 사업은 청년·신혼부부 주거지원 분야다. 신혼부부와 청년의 임차보증금을 2억원 한도내에서 지원해주는 사업 예산은 올해 360억원에서 내년 816억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역세권에 청년 주택을 공급해 임대보증금의 30%를 빌려주는 사업의 예산은 올해 2억원에서 451억원으로 대폭 확충했다.

서울시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짠 예산안은 시한부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내년 4월 이후 차기 서울시장이 집권한 이후 시정 방향이 지금과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이날 서울시가 발표한 내년 예산안은 고(故) 박원순 시장의 정책 기조를 유지한 것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박종관/하수정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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